[이슈플러스] 2000억 쏟아붓고 10년째 ‘고철’… 산업용수로 활로 찾는다

애물단지 부산 해수담수화시설

부산시 기장군 4만5850㎡ 부지에 있는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 2014년 완공된 최첨단 해수담수화 시설이 주민들의 몰 공급 거부로 10년째 제대로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 기장군 바닷가에 건설한 최첨단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설이 10년째 가동을 못 하면서 ‘고철’로 변하고 있다. 성능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기장 바닷물에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이 물 공급받기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사태다.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설은 부산시 기장군 대변리 4만5850㎡ 부지에 들어섰다. 2009년 착공해 국비 823억원, 부산시비 425억원, 민자 706억원 등 총 1954억원을 들여 2014년 9월 완공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해수 담수화 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해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 정부 공모를 거쳐 이곳이 사업지로 정해졌다.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은 바닷물을 끓여 맑은 물을 얻는 기존 증류식 해수 담수 방식을 대체해 국내 최초로 역삼투압분리막(RO막) 방식이 도입됐다. 하루 4만5000t 규모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는 성능을 가졌다.

부산시는 2015년부터 기장군 정관읍·장안읍 일대에 이 수돗물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낙동강에서 멀리 떨어진 기장군 일원에 해수 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해 만성적인 급수난을 해결하려는 새로운 시도였다.

그러나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11㎞가량 떨어져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발목을 잡았다. 기장 바닷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이 물 공급받기를 거부했다. 정치권도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면서 2015년 12월 해수담수 수돗물을 공급하려던 계획은 잠정 보류됐다.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은 염분이나 불순물이 투과하지 않는 RO막에 바닷물을 고압으로 흘려보내 담수를 얻는다. 머리카락의 1000만분의 1 정도의 기공크기를 가진 RO막을 사용하면 중금속과 바이러스, 이온 성분, 미생물 등 오염을 제거할 수 있다. 특히 이 시스템은 18인치 멤브레인 필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돼 전기료를 9인치 필터 대비 30%수준까지 줄였다.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의 취수원인 대변리 해역의 바닷물 수질은 화학적산소요구량(COD) 기준 1등급 판정을 받은 청정수역이다. 기장 미역, 다시마, 멸치 등 지역 특산물의 산지이기도 하다.

기장해수담수화 식수 공급 반대를 선거 공약으로 당선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2019년 2월 식수용을 산업용수 공급용으로 전환했다. 1만t은 인근 고리원전에 공급하고 3만여t은 울산 울주군 온산 화학단지에 판매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울산지역 공단까지 22㎞가량의 관을 설치하는 데만 700억~800억원의 예산이 들고 공사 기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계획은 흐지부지됐다. 울산지역 기업들의 희망 단가가 평균 1120원에 불과한 반편 공급단가는 2227원으로 거래 형성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반면 고리원전에 산업용수를 공급한다는 계획은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2017년 고리원전에서 해수 담수화 시설 인근 11.5㎞까지 배관시설을 모두 설치해 협의만 이뤄진다면 오는 2025년부터 매일 4000~5000㎥가량을 공급할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 증설 계획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전에 없던 새로운 수요처가 기장군에 들어서는 것도 시설 재가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장군은 올해 초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단 1단계 조성 사업을 마무리했다. 이곳에 파워반도체와 방사선 의·과학 관련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산단 입주 기관을 대상으로 반도체 생산용 초순수 용수를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을 물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 허브로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수담수화 시설에 들어가는 주요 기자재 10개 중 4~5개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 노력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수도 관련 시설이 갈수록 무인화하면서 RO막 기술의 중요성과 인재 양성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소 생산 R&D를 하기에도 최적화한 시설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전문가는 “초순수에 수산화나트륨을 넣어 전기 분해하면 수소 생산능력이 일반 물을 전기분해 하는 것보다 최대 30% 올라간다”면서 “수소 생산거점 연구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전기료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료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전기 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기요금과 그밖의 공급조건에 관한 약관을 작성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가능하다.

환경부는 올 연말까지 해수담수화 시설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부산시도 이에 발맞춰 물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고, 해수담수화시설 재가동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근희 부산시 환경물정책실장은 “해수담수화 시설은 해수전지·해수 열·해양자원·RO막 등 R&D 시설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갖췄다”면서 “정부가 물 산업 육성 차원에서 도입한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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