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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언어·문화 넘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여행

‘화려한 무굴제국’ 인도 수도 델리

인도 델리의 웅장한 벽돌 승전탑 ‘쿠트브 미나르’가 우뚝하다. 외부 다면체의 기둥과 층마다 마련된 발코니 등 다양한 장식이 화려함을 자랑한다. 인근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가 탑에 충돌할 것처럼 지나가는 모습이 아찔하다.

인도인들은 시대와 종교, 언어, 문화를 초월해 자신들의 강을 사랑한다. 인도와 연관된 유명한 강은 인더스강과 갠지스강이다. 인더스강은 인도에서 분리된 파키스탄 중앙을 관통하는 강으로,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이자 인도 명칭의 유래지다. 갠지스강은 인도 북부를 흐르는 성스러운 강이다. 갠지스강의 최대 지류이지만 덜 알려진 강이 야무나강이다. 히말라야산맥에서 발원해 인도 북부 평원을 가로로 적시며 인도의 수도 델리, 무굴제국의 고도(古都) 아그라 등을 옆에 끼고 흘러간다.

수도 델리에서 만나는 웅장한 유적은 ‘쿠트브 미나르’다. 기단부 지름은 14.32m, 위로 갈수록 가늘어져 정상부에서는 2.75m로 좁아지는 높이 약 72.5m의 이슬람 양식 벽돌탑이다. 1193년 착공해 1368년에 완공된 것으로 전해진다. 무슬림 초대 군주인 쿠트브 아이바크(1150~1210년)가 처음 공사를 시작했다. 그는 이슬람의 힌두 지역 정복을 기념해 델리에 승전탑을 세울 것을 지시했고, 후대 군주들이 공사를 이어가 약 200년 만에 완성했다.

외형은 5층 형태다. 원래 2층 규모의 벽돌탑을 후계자들이 3층을 더했다. 각 층은 다면체의 기둥형이다. 복잡한 조각과 이슬람 비문들이 표면을 장식하고 있다. 층마다 까치발로 받친 발코니가 인상적이다. 탑 안쪽에 379개의 원형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데 추락 사고 등을 이유로 일반 관광객에게는 개방되지 않는다. 인근에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이 있어 비행기가 탑에 충돌할 것처럼 지나가는 풍경도 이색적이다.

쿠트브 미나르 주변에 유적이 널려 있다. 쿠트브 미나르가 힌두교 사원을 무너뜨린 자리에 세워진 만큼 폐허처럼 남겨진 힌두교 유적과 이슬람 유적이 뒤섞여 있다. 모스크인 쿠와트 알 이슬람은 다양한 종교의 양식이 담겨 있다. 1205년에 완성된 이 모스크는 동서 43m, 남북 32.4m 규모의 회랑형 사각 구조다. 현재는 정면에 세웠던 석조 아치 벽과 안뜰의 회랑 등 일부만 남아 있다. 회랑에 세워진 열주들은 힌두교 사원들을 파괴해 얻은 석재를 그대로 사용했다.

모스크 뜰에 굽타 왕조 때 만들어진 철주가 눈길을 끈다. 높이 7.2m에 무게 10t인 철기둥은 402년 활발한 정복 활동으로 굽타 제국을 이끈 찬드라굽타 2세가 비슈누 사원에 세웠던 것을 10세기쯤 힌두교 사원을 신축할 때 옮겨온 것이다. 철의 순도가 높아 1600년의 세월 동안에도 녹슬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쿠트브 미나르 유적지는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인도 고대 진품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델리 국립박물관.

델리 국립박물관은 역사책에서 봤던 귀한 유물들을 진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망자의 언덕’이라 불리는 모헨조다로, 하라파 등 인더스 문명의 주요 유적지에서 발굴된 ‘댄싱 걸’(기원전 2300~1750년 추정)을 비롯해 비슈누상, 시바상 등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델리 국립박물관을 둘러볼 때는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유물 등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다.

14세기 무렵 재건된 계단형 우물 ‘아그라센 키 바올리’.

인도 MZ세대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핫플’로 떠오른 곳은 ‘아그라센 키 바올리’다. 14세기 무렵 재건된 것으로 알려진 폭 15m, 길이 60m 규모의 계단형 우물이다. 붉은 사암 벽돌로 주변을 두르고 지하로 뻗어 있는 108개의 계단이 웅장하다. 인도 TV 드라마 등의 촬영지로 입소문나면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마하트마 간디 화장터에 조성된 추모공원 ‘라즈가트’.

이곳에서 멀지 않은 야무나강 남쪽 마하트마 간디 거리에 ‘라즈가트’가 있다. 1948년 1월 30일 극우파 힌두교도 청년에게 암살당한 ‘인도의 정신, 독립의 상징’ 마하트마 간디를 화장한 곳이다. 추모공원으로 조성돼 간디를 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내부의 푸른 잔디밭 중앙에 마련된 네모난 검은 대리석 단상은 추모객의 꽃으로 덮여 있다. 라즈가트 건너편에는 간디기념박물관이 있다. 주변엔 네루 집안 3대(네루, 산자이 간디, 인디라 간디), 제2대 총리 샤스트리 등 인도 유명 인사들의 화장터가 있다.

라즈파트 대로 동쪽에 조성된 인디아 게이트.

뉴델리 쪽에선 라즈파트 대로를 따라 볼거리들이 몰려 있다. 일종의 위령탑인 ‘인디아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식민지 시절 영국의 독립 약속만 믿고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인도 군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높이 42m에 달하는 아치형 문으로 10년 만에 세워졌다. 아치에는 영국군의 말단 병사로 전쟁터에 나가 전사한 9만여 명의 인도 병사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여행메모
일출~일몰 개방 영묘 내부 촬영 금지
‘독특한 체험’ MZ세대 위한 여행상품

타지마할 입장 시간은 일출에서 일몰까지다. 대낮보다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게 좋다. 금요일 예배시간엔 입장이 제한된다. 소지품 검사가 까다로워 가급적 간편하게 입장해야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카메라는 소지할 수 있지만 삼각대는 안된다. 영묘에 들어갈 때는 신발에 덧신을 신어야 하고,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

야무나강 건너편 전망대도 유료다. 강물의 수량이 불어 타지마할의 반영이 생길 때나 보름달이 뜰 때 등 시간을 잘 맞춰 가면 더욱 멋진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인도와 주변 국가들은 최근 우리나라 MZ세대들 사이에서 ‘독특한 체험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최근 부탄을 포함한 8박 9일 일정의 여행상품이 나왔다. 인도에서는 델리의 국립박물관을 비롯해 바라나시의 사르나트 유적군과 아그라의 타지마할 및 아그라 성 등을 둘러본다. 코다투어, 호경관광여행사 등이 판매하고 있다.





델리(인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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