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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로 내몰리는 미국 ‘베이비부머’ 노인세대

쉼터 노숙자 중 노인층 23%
주거비 감당 못해 길거리로

지난달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 노숙자가 텐트 너머로 소지품을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노숙자로 내몰리는 미국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 출생)’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전역의 주거비가 급상승한데다 미국의 사회보장 제도가 취약해 노령층에 적정한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신문은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 통계를 인용해 “2007년 노숙자 쉼터에 수용된 사람 가운데 51세 이상의 비중이 16.5%였지만, 2017년에는 23%로 상승했다”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미국 노인인구 증가세보다 훨씬 가파른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사이에 55세 이상의 노숙자 쉼터 수용자 비중이 16.3%에서 19.8%로 올랐다.

플로리다주 콜리어카운티의 기아·노숙자연합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새로 추가되는 노인 노숙자는 2018년 하루 59명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하루 195명씩 늘고 있다.

같은 주 마이애미, 콜로라도주 덴버 등 대도시와 제조업 도시가 즐비한 오하이오주 등지에선 특히 노년층 노숙자가 급증하는 모양새다. 데니스 컬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노인 노숙자 증가는 대공황 이후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시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주택 임대료가 크게 상승했다.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부동산 가격은 폭락한 반면, 아파트와 타운하우스 등 임대용 주택은 부족해지자 임대료가 크게 오른 것이다.

WSJ는 그러나 노인 노숙자 인구 증가는 이런 이유보다 은퇴자를 위한 미국의 사회보장제도 자체의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 은퇴한 노령층을 위한 사회보장비가 가파르게 뛰어오른 임대료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소수를 제외하면 퇴직 노령자가 연금 등으로 얻는 수입이 월 1000달러 내외인데, 방 한칸 아파트 월세가 1800달러 이상인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60대에 접어든 ‘후반기’ 베이비붐 세대는 초반기 베이비붐세대보다 부를 축적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70년대 석유파동, 80년대 에너지 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큰 경제 침체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신문은 “이들 상당수가 연금 지급이 중단된 직장에서 일해야 했다”고 전했다.

WSJ는 “노숙자 쉼터에 거주하거나 노숙하는 노인들이 많아지면 의료비가 증가하고 사회보장 시스템도 비용이 증가한다”며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 공공정책 전체가 위기를 맞을 것이며 그 비용은 납세자들이 부담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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