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축제열차로 시작된 ‘상생과 회복’의 전주세계소리축제

열흘간 여정 시작… 22회째
24일까지 11개국 108회 공연
동서양 음악 융합 잘 보여줘

지난 15일 한국소리문화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에서 소리꾼 고영열(왼쪽)과 김율희가 민요를 부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개막공연에서 전주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성기선. 전주세계소리축제 제공

‘상생과 회복’을 내건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난 15일 열흘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22회째인 올해는 오는 24일까지 11개국, 89개 프로그램에 총 108회 공연이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 전북 14개 시·군에서 펼쳐진다.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클래식과 국악 애호가로 유명한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을 조직위원장으로, 국립국악원 실장을 역임한 음악인류학자 김희선 국민대 교수를 집행위원장으로 새롭게 임명하며 변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그동안 국악계 안에 머물던 축제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인지도 제고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15일 저녁 한국소리문화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개막공연에는 예년과 달리 전북 지역 외에 서울의 외교사절, 언론, 클래식계 관계자 등이 ‘소리축제열차’를 타고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소리축제열차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처음 시도한 이후 지금도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축제열차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다.

축제의 키워드이기도 한 ‘상생과 회복’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개막공연 자체도 변화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국악관현악단이 아니라 전주시립교향악단이 연주를 맡은 개막공연은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서선영, 소리꾼 고영열과 김율희, 가야금 연주자 문양숙, 타악 연주자 서수복, 고수 김인수가 협연자로 등장함으로써 동서양 음악의 장점을 수용한 K뮤직이야말로 축제의 지향점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실례로 김기훈과 서선영은 이날 창작 오페라 ‘박하사탕’ ‘춘향전’의 아리아와 함께 창작곡 ‘새야새야 파랑새야’ ‘뱃노래’를 불렀는데, 한국 창작음악을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시작된 성악 발성으로 불렀다. 또한 고영열과 김율희는 국악관현악이 아닌 오케스트라에 맞춰 ‘제비노정기’ ‘사랑가’ 등 판소리 대목과 ‘동백타령’ 등 민요를 들려줬다.

특히 축제가 최우정 작곡가에게 위촉해 초연한 ‘꿈’은 이날 공연에서 동서양 음악의 융합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꿈’은 남도 민요인 ‘거문도 뱃노래’를 중심으로 오펜바흐 ‘호프만이야기’ 중 뱃노래와 과테말라 뱃노래까지 총 6곡의 동서양 뱃노래를 모티브로 한 4중창곡으로 두 성악가와 두 소리꾼이 함께 불렀다. ‘생명이 탄생한 바다를 더 병들게 하지 말고 이제부터는 치유하는 쪽으로 가자’는 작곡가의 바람을 담았다.

16일 오전 10시 전라감영 대청마루에서 열린 ‘풍류뜨락’은 18세기 동서양의 풍류음악이 함께하는 공연이었다. 당초 경기전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우천으로 전라감영으로 무대를 옮긴 ‘풍류뜨락’은 서양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악기인 하프시코드와 같은 시기 조선 선비들이 즐기던 전통 가곡이 어울어지는 무대였다. 헨델 미뉴엣 사단조, 쿠프랭 ‘신비한 장벽’ 등 대표적인 하프시코드 연주곡들과 함께 거문고, 대금, 단소 등과 함께한 정가가 한옥의 풍광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이 위원장은 “올해 축제는 전통음악은 더 깊은 원류를 중심으로, 동시대의 음악은 장르 간 융합과 조화로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만들었다”면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미래를 선도하는 우리 음악의 신 르네상스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주=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