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학폭에 “선생님은 뭐하셨어요”… 교사 울리는 민원 [이슈&탐사]

[죽음 부르는 갑질사회]
교사들이 경험한 기막힌 문자


교사들은 국민일보에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받았다고 여긴 경험들을 증언하면서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화면, 각종 사진과 업무일지를 제시해 꾸며낸 일이 아님을 밝혔다. 이들의 기록 속 학부모 갑질의 실태는 반복적 연락부터 폭언 및 욕설, 심지어 신체적 폭행까지 다양했다. 일부는 상대방이 사건을 알아볼 것을 우려하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보도에 동의했다. 한 교사는 “내가 용기를 내지 않으면 다른 선생님의 일하는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교사들의 제보와 응답 속에는 과하게 커진 권리의식, 교육을 금전 지불 대가로만 여기는 태도가 들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자녀들에 대한 특혜 요구였다. 잘못을 저지른 자녀의 부모는 불이익 없는 무마를 원했고, 자녀가 입시를 앞둔 부모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스스로 기재하겠다고 하거나 수상을 부탁했다. “차별받지 않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OOO과 놀지 않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부모도 있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엔 지위와 재력을 과시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겠다”고 협박했다. 오답을 채점한 시험지 빗금이 신경질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한 학부모도 있었다.

학폭 생기부 기재는 좀 나중에

“학생을 생각해서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 등록은 나중에 부탁드립니다… 과학고 지원 예정입니다.”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업무를 담당하는 교사 A씨는 학교폭력 가해학생 처분을 받은 한 남학생의 부모로부터 이러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처분이 나온 뒤에도 특목고 진학을 이유로 규정에 맞지 않는 조치를 부탁한 것이다. A씨가 “그럴 수 없다” “추후 조치가 바뀔 경우 수정만 가능하다”고 거절하자 학부모는 “너무한다”고 했다.

A씨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입력한다”고 돼 있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조문을 문자메시지로 보낸 뒤에도 이 학부모는 요구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교장과의 면담을 요구했고, “왜 학교가 학생을 생각해주지 않느냐” “당신은 AI(인공지능)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폭언을 이어갔다. A씨가 징계는 교육청의 소관이며 생기부 기재를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자, 이 학부모는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결과는 패소였다.

수도권 고등학교 교사 B씨는 어느날 밤 “상을 챙겨 달라”는 학부모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학부모는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을 언급하며 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챙겨주려 나눠준 상 아니냐” “노력하면 챙겨주기도 하지 않느냐”고 했다. 상을 별것 아닌 것으로 말하면서도 동시에 입시에 활용할 뜻을 내보인 셈이다. B씨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일보가 설문조사한 교사 1008명 중 “특정 학생에 대한 혜택 요구를 경험했다”고 밝힌 이는 모두 711명(70.5%)이다. 빈도를 물었을 때 ‘매월’ 특정 학생 혜택 요구를 경험한다고 응답한 교사가 150명으로 가장 많았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반 배정, 자리 배정에 대한 요구가, 중학교나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진학 이익을 위한 성적, 수상 관련 요구가 대체로 많았다.

자녀의 학교 환경이나 평가를 부모 뜻대로 만들려는 갑질은 부당한 교육활동 침해를 넘어 위법한 행위가 된다. 한 수도권 부장판사는 “학교폭력 사실의 생기부 기재를 미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교사의 직무유기를 교사(敎唆)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교사가 거절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교사도 학부모도 다행이게 됐다”고 말했다.

15년차 이상의 한 고교 교사는 학부모가 생기부에 기재될 내용을 직접 써 보내겠다고 나서 “불가하다”고 답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 학부모는 “다른 학교는 해 준다”며 ‘셀프 생기부’ 가능성을 계속 문의했다 한다. 서술형 문항 채점 결과에 한 달간 문제제기를 하며 “아이가 변호사 못 되면 책임 질 거냐”라고 했다는 학부모의 사례, “아이가 늦잠을 자긴 했지만 지각하지 않은 것으로 해 달라, 담임이 융통성이 없다”고 한 사례도 국민일보에 전달됐다. 사례를 보내온 한 고교 교사는 “요즘은 학부모의 민원 때문에 학생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도 생기부를 사실대로 적을 수가 없다”고 했다.

왜 장애아랑 같은반인가요

모든 학부모가 악성민원인인 것은 아니나 여러 학생을 담당하는 교사들 중 악성민원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이는 극히 드물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이 겉으로는 공정한 학사 운영을 주문하면서 넌지시 특혜를 요구하는 행태에 염증을 내고 있다. “우리 애 차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학부모들은 곧 모순적으로 변한다. 어느 교사는 “장애가 있는 아이랑 왜 같은 반이냐, 저런 애랑은 같은 반 못 한다”는 말을 학부모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부적절한 요구를 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학부모도 있다고, 교사들은 토로하는 실정이다.

갑질에 맞서 요구를 거절하면 ‘학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교사의 자질을 운운하는 말이 돌아온다. 또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에어컨 바람이 세고 눈이 안 좋으니 자리를 항상 앞자리 가운데로 해 달라”는 학부모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 교사가 “형평성 때문에 어렵다”고 거절하자, 학부모는 “약한 아이를 배려하지 않는다” “아이를 사랑하지도 않는 자격 없는 사람이 왜 교사 일을 하느냐”고 했다. ‘무릎을 꿇으라’는 말을 들었다는 교사도 다수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나면 “선생님은 대체 무얼 하셨느냐”고 되묻고, 학교 측이 자녀의 행동에 대해 질문하면 “보이지 않으니까 나는 모르죠”라고 답한다. 모든 것을 돈의 가치로 환산하는 세태, 본인과 주변의 지위를 과시하고 보는 버릇도 일부 학부모와 교사 간 대화에서 드러난다. “교사들 노는 꼴 못 보겠다. 교사 월급 중 반을 떼어 학부모에게 줘라” “임신하실 것이냐, 내 세금으로 월급 받는데 알아서 하시라” 하는 말을 들었다고 교사들은 국민일보에 전해 왔다.

원하는 걸 얻지 못한 학부모의 갑질은 적반하장으로 심해지곤 한다. 학부모가 교장, 교육청 등 ‘윗선’과 대화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이때의 수순이다. 한편으론 악성민원인이 곧 제자인 상황에서 교사는 마음껏 대응하지 못하고 감정노동이 극심해진다. 한 학부모는 체험학습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바꿔 달라고 요구했는데 교사가 ”사전에 1년치 계획이 확정돼 있다”고 답했다. 이때 교사에게 돌아온 말은 “내가 말하는 건 다 해줄 수 없다 이거냐”였다고 한다. 맴도는 대화의 끝은 “우리 애 아빠가 화나서 찾아온다는 것을 겨우 말렸다”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서 학교랑 선생을 다 조져 놓겠다” 따위다.

교사들은 “민원을 경청하겠지만, 다수의 학습권을 해치거나 황당한 의문을 제기하는 일은 멈춰져야 한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자녀가 코로나19에 감염되자 교사에게 “당신이 교실 위생관리를 똑바로 안해서 우리 애가 병에 걸렸다”고 했다.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아이의 귀에 뭐가 들어가 내일 이비인후과에 들렀다가 등교시키겠다”고 밤중 통보했다. 이 학부모는 “내일 학교에서 ‘몸의 구멍에 뭘 넣지 않아야 한다’고 교육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또다른 초등학생 학부모는 자정 무렵 5차례 연속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오는 줄 몰랐던 교사가 놀라 받으니 학부모는 “수학익힘책 숙제는 몇쪽부터 몇쪽까지냐”고 물었다. 이 학부모는 쪽수를 받아적은 뒤 “이런 숙제는 왜 내느냐, 아이가 싫어한다”고 했다.

이슈&탐사팀 이경원 이택현 정진영 김지훈 기자 neosarim@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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