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함 그 자체”… ‘킬링필드’가 된 최악의 개 번식장 [개st하우스]

카라 등 동물단체 번식장 급습
인근 지역서 소형견 유골 발견
불법 유기된 모견 사체 수십구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지난 7월 충남 보령에 있는 한 번식장에서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료단체 활동가들이 이동장에 갇혀있는 개들을 구조하고 있다. 활동가들이 찾은 번식견은 무려 550마리나 됐다. 워낙 숫자가 많아 동물단체들의 보호소로 옮기는 데 3일이나 걸렸고, 구조 과정에서 구조 당시에도 질식이나 탈진으로 6마리는 숨을 거뒀다고 한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수상한 반려동물 경매장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불법 번식장에서 출하된 동물들을 인가된 번식장 출신으로 서류를 작성하는데, 그 경매장 대표가 대학에서 반려동물 관련 내용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겁니다. 두 달 넘게 역추적해서 연계된 번식장 한 곳을 골라 경찰과 함께 급습했습니다. 그런데 한발 늦었어요. 전날 업자들이 번식견 수백 마리를 어디론가 빼돌린 겁니다. 결정적 증거인 번식견이 없으면 경찰 수사가 어려운데…. 급히 주변 땅을 팠더니, 죽은 번식견 두개골이 수십개 쏟아져 나왔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김현지 정책팀장

지난 5월, 불법 번식장에서 생산된 품종견들이 대전과 천안의 경매장을 통해 몰래 유통된다는 제보가 동물권행동 카라에 들어왔습니다. 두 경매장은 번식장 50여곳에서 매년 수만 마리의 품종견을 납품받는 업계 큰손인데, 불법 번식장 개들이 펫숍에 흘러가도록 서류를 만들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카라는 2개월의 조사를 거쳐 경매장에 연계된 번식장 명단을 확보했고, 가장 규모가 큰 충남 보령에 위치한 번식장을 경찰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지난 7월 26일 동료단체들과 함께 문제의 번식장에 도착한 카라. 번식장 업자가 증거를 없애지 못하도록 이른 새벽 현장을 급습했지만 300마리나 되는 번식견들은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낌새를 눈치챈 번식장 업자가 개들을 미리 이곳저곳에 몰래 빼돌린 겁니다.

번식장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소형견 유골.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업자는 번식견을 기른 적 없다고 발뺌했습니다. 결정적 증거인 번식견도 현장에서 찾지 못했죠. 번식장을 폐쇄하고 개들을 구조하려던 계획이 실패로 마무리되나 싶었던 그때 인근 지역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발견됐습니다. 주변 땅을 파보니까 소형견 유골 수십구가 발견된 겁니다. 유골 수십구는 죽기 전까지 번식에 동원된 뒤 불법 유기된 모견들의 사체였고, 이는 대규모 번식업이 이뤄진다는 명백한 증거였죠.

사라진 번식견 300마리 빼돌린 위치는

겁에 질려 있는 소형견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업자는 유골이 발견된 그 순간에도 여전히 번식업을 한 적이 없다고 되레 큰소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불과 수㎞ 떨어진 곳에서 번식견을 빼돌린 제2 번식장이 발견됐기 때문이죠. 이 곳엔 약 300마리의 번식견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제서야 “새벽에 이곳으로 개들을 빼돌렸다”고 실토했습니다.

번식장 환경은 열악하다 못해 처참할 지경이었습니다. 견사 바닥에 배설물이 쌓여 갯벌처럼 발이 푹푹 빠졌고 심한 악취를 풍겼습니다. 구조작업에 참여한 한 활동가는 “그간 20곳 넘는 번식장을 구조했지만, 이렇게 처참한 현장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구조팀은 번식장 내부를 샅샅이 수색해 모견과 젖먹이들을 모두 구조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찾지 못한 번식견들은 더 있었습니다. 동물단체들의 끈질긴 설득 끝에 번식장 업자는 다른 개들을 보여주겠다며 한 창고로 이끌었습니다. 창고 안에는 초소형 이동장 약 40개가 놓여 있었고, 이동장마다 4~5마리씩 200마리가 넘는 모견들이 말그대로 ‘구겨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찾은 번식견은 총 550마리. 워낙 숫자가 많아 동물단체들의 보호소로 옮기는 데 3일이나 걸렸습니다. 구조 당시에도 질식이나 탈진으로 6마리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구조돼 이동장에 들어가 있는 번식견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이대로 개들만 데려가면 업자는 번식업을 또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동물단체 측은 업자에게 농산물 판매 등의 생계지원을 약속하고 농부로 전업을 권유했습니다. 업자도 이를 받아들여 번식장 시설은 철거됐습니다.

수수료 챙기기바쁜 경매장

지옥같은 번식장의 뒤에는 펫숍 등에 번식견들을 넘기는 경매장이 있습니다. 경매장 대표 A씨는 놀랍게도 대전 모 대학의 반려동물학과 교수였습니다. 생산자 정보 등을 검수해 불량 업체를 걸러내야 할 경매장이 어째서 불법 판매를 돕는 걸까요? 답은 경매장의 수익구조에 있었습니다.

카라 측에서는 두 경매장에서 진행된 12회의 경매 전표를 분석해봤더니 지난 3년간 경매장이 챙긴 수수료는 1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경매장에서 거래된 품종견은 연간 3만6000마리에 이릅니다. 경매장에서는 거래액의 11%를 수수료로 챙기는데, 거래량이 많을수록 경매장의 수수료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에 불법 번식견의 판매도 용인한 것이라고 동물단체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카라는 경매장 대표 A씨와 경매장에 연계된 불법 번식업자들 모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A씨는 경매장 운영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소속 대학에서 파면됐습니다. 하지만 카라는 A씨와 연루된 다른 경매장들 또한 동물 불법거래를 지속하고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카라는 “A씨는 사단법인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곳은 전국 18개 경매장 가운데 7곳을 독점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동물 불법판매, 탈세 등을 일삼는 해당 협회를 전수 조사하고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씨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카라가 제기한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A씨는 “카라의 주장과 달리 운영하는 경매장에서는 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면서 “동물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2개월간 경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전부 확인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소속 대학에서 파면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따지는 과정에서 학생과 대학 측에 피해를 끼치기 싫어 자진 사직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550마리에게 이어지는 도움의 손길

구조된 번식견 550마리는 현재 카라를 비롯한 동물단체의 보호소에 입소한 상태입니다. 동물단체 코리안독스의 경우 번식견 250마리를 경기도 용인에 있는 레인보우 쉼터에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최종 목표는 모든 개가 좋은 가족에게 입양되는 것이지만, 구조된 숫자가 많아 아픈 곳을 치료하는 것도 아직은 벅찬 상황입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소식도 있습니다. 구조 사실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수의사회에서 수의사 30여명이 방문해 번식견들의 중성화수술 및 예방접종을 무상 지원했습니다. 얼마 전엔 애견미용사 20여명이 피부병 예방 차원에서 개들을 씻기고 위생 미용도 진행했습니다. 코리안독스 김복희 대표는 “구조된 개들이 모두 치료를 마치고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며 “다행히 모두 사람을 좋아하니 많은 임시보호, 입양신청을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개st하우스 취재기자의 품에서 임시보호를 받고 있는 5살 포메라니안 옥순이. 성격이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른다. 최수진 기자

개st하우스 취재팀 한 명도 모견 한 마리를 임시보호하고 있는데, 5살 암컷 포메라니안 옥순이입니다. 옥순이는 구조 당시 영양부족으로 3㎏에 불과했지만, 먹성이 좋아 1개월 만에 표준체중 4㎏을 회복했습니다. 옥순이는 지난 5일 운명처럼 현장을 촬영하던 취재팀의 품을 파고들었고, 그 인연으로 심사를 거쳐 현재 임시보호중인 취재진의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임시보호 2주차에 접어들었는데 실내 생활에 금세 적응했다고 합니다. 잔 짖음이 거의 없고, 배변 패드도 곧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운동 부족으로 인한 슬개골 탈구 초기 증상을 보입니다.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 체중을 10%가량 감량하는 것이 좋다는 수의사 소견을 받았습니다.

번식견에서 반려견으로 거듭나는 포메라니안 옥순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개st하우스 품에서 임시보호받는 포메라니안, 옥순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5살 암컷, 4kg, 중성화 완료
-사람을 좋아하고 순함. 다른 동물과 사회성이 훌륭함
-잔짖음이 적고, 배변패드를 잘 사용함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코리안독스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linktr.ee/kdsrescue

■구조된 동물들이 입양과 임보, 후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구조에 참여한 아래 동물단체를 검색하시길 바랍니다.
-카라, KDS, KK9R, 유엄빠, 유행사, 애니밴드, 도로시 지켜줄개, CRK, 안젤라

■옥순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19번째 견공입니다(97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이성훈 최민석 최수진 기자 tellm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