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전체

[기고] 서울국제경쟁포럼을 마무리하며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유럽연합(EU)은 지난 6일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DMA)에 기반해 구글과 애플을 비롯한 6개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gatekeeper·문지기)로 지정했다. DMA는 시장 지배력을 가진 소수 거대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이들에게 특별규제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거대 플랫폼에 ‘문지기’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디지털시장 구조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현행 구조상 이들을 거치지 않고서는 디지털시장에서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시장의 문지기인 거대 플랫폼은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많은 플랫폼은 혁신과 도전을 통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상 속에서 전례 없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소수 플랫폼이 혁신과 도전으로 얻어진 엄청난 영향력을 남용해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반칙 행위를 하고 있다. 이 행위는 소비자에게 피해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디지털 경제 상황 속에서 경쟁당국이 맡아야 할 역할은 디지털 플랫폼의 ‘밝은 얼굴’인 혁신과 도전을 장려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어두운 얼굴’인 반칙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공정한 시장경제 시스템을 촉진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지난 5일 개최된 ‘제12회 서울국제경쟁포럼’은 이런 디지털 경제에서 경쟁당국의 역할을 전 세계 경쟁법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전 세계 경쟁법 전문가들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경쟁당국이 어떻게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지혜와 경험을 공유했다.

주목할 만한 사례가 많다. EU는 경쟁총국장이 직접 참석해 기존 경쟁법 집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DMA라는 별도의 법률로 대응한 경험을 공유했다. 미국은 기존의 경쟁법 내용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된 디지털시장의 특성에 대응해 새로운 심사기준을 개발한 경험과 이를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하는 사항을 공유했다. 디지털시장이 가져올 편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방해하는 반칙 행위를 엄단해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려는 각국 경쟁당국의 고민을 깊게 느낄 수 있었다. 디지털시장 질서 확립에 고심 중인 한국에도 선례가 될 법한 사례들이기도 하다.

거대 디지털 플랫폼은 국경을 초월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경쟁당국의 협력과 공조가 특히 중요하다. 그렇기에 전 세계 경쟁법 전문가들과 함께 디지털시대 경쟁법의 미래를 논의했던 이번 포럼은 더욱 뜻깊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자양분 삼아 공정거래위원회는 향후 디지털 경제와 플랫폼에 관한 바람직한 법 집행 방향을 정립할 계획이다. 국민들이 플랫폼의 어두운 얼굴보다는 밝은 얼굴을 더욱 자주 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