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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고여있지 않고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게 내 욕망”

‘거미집’서 영화감독 김열 역
영화 속에서 영화 찍는 구조
욕망의 끝 기괴한 형태로 보여줘

영화 ‘거미집’에서 영화감독 김열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딱 이틀이면 돼.”

영화감독 김열(송강호)이 말한다. 평론가들의 악평과 조롱에 시달려 온 그는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다. 이미 촬영이 끝난 영화지만 마지막 부분만 다시 찍으면 엄청난 평가를 받을 거라 믿는다. 제작사, 배우들의 불만과 반대를 무릅쓰고 김 감독은 촬영을 강행하지만 예상치 못한 소동이 이어진다. 이들은 영화를 무사히 완성할 수 있을까.

영화 ‘거미집’에서 영화감독 김열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는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 봐 온 패턴을 가진 영화가 아니기에 촬영할 때부터 새로운 영화를 통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고, 모두들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관객들에게 ‘생소하지만 매력 있네’ 혹은 ‘이게 바로 영화관에서 보는 진짜 영화지’라는 느낌을 준다면 성공한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반칙왕’(2000), ‘장화, 홍련’(2003),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등을 만든 김지운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영화를 찍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송강호는 “30년 가까이 카메라 앞에만 있다보니 감독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면서 “배우들 고생할 때 뒤에서 구경하면 즐겁고 편안할 것 같았는데 김열이란 인물을 통해 모든 감독들이 가지고 있는 고뇌와 고통을 간접 체험했다”고 말했다.

김열을 비롯한 극중 인물들은 각자의 욕망으로 가득차 있다. 송강호는 “감독과 배우, 제작자들의 욕망이 계속해서 마찰을 일으킨다. 결말에서 그 욕망의 끝을 기괴한 형태로 보여주는데 그걸 바라보는 김열의 표정이 만족도 불만족도 아닌 오묘한 지점에 있다는 게 이 영화의 포인트”라며 “인간의 욕망은 마침표가 없는 것이다. 거대한 욕망의 카르텔 속에서 끊임없이 허우적대는 우리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에 이 영화는 지독한 우화”라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들과 수차례 작업했다. “감독들마다 나를 활용하는 지점이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송강호는 “김 감독은 25년 전 내 연극을 처음보고 ‘께름칙하다’고 표현했다. 본인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표현해서 그런 듯한데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가 아니라 뭔가 깨끗한 느낌이 아니다, 께름칙하다고 한 게 인상적이었다”며 “25년간 5편의 영화를 같이 찍었는데 한 사람은 께름칙함을 기대하고 다른 한 사람은 어떻게 더 께름칙하게 표현할까 고민하는 만남의 연속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독보적인 배우다. 배우 송강호의 욕망을 묻자 그는 “내 욕망은 상이 아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고여있지 않고 작은 걸음이라도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게 배우로서의 욕망이라면 욕망”이라고 강조했다.

송강호는 다음달 4일 열리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의 호스트를 맡았다. 이사장과 운영위원장이 없는 초유의 상황에서 치러지는 행사에서 한국영화계를 대표해 손님을 맞이한다.

그는 “긴 세월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쇄신하고 도약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며 “비 온 뒤 땅이 더 굳듯 이 시기를 지나 더 활력있는,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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