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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의 노골적 방탄 요청, 명분도 없고 신뢰도 잃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단식의 결기는 충분히 보였고 길게 싸워 나가야 한다”며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권현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청했다. 병원에 입원 중인 이 대표는 20일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 달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삼권분립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공식적이고 노골적으로 부결을 요청한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당 대표로서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한 발언이었다. 민주당 혁신위원회의 첫 번째 제안도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였다. 정치인이 자신의 말을 명분 없이 바꾸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의 대표가 말을 바꾸면 민주당 전체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민주당의 정치리스크로 전이된다는 우려가 컸는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단식의 명분이 희미해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단식을 선언하며 대통령 사죄,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국정 쇄신 3개 항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런 요구들은 슬그머니 사라지더니 남은 것은 공개적인 방탄 국회 요청이다. 이 대표는 검찰과 출석 일자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갑자기 단식을 선언했고,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는 부결을 요청했다. 검찰 수사를 피하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해 단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대북 송금 당사자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해 “생면부지의 얼굴도 모르는 조폭”이라고 말했다. 검찰 구속영장 청구서엔 이 대표가 김 전 회장과의 통화에서 “김 회장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는 대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최소 17차례 대북사업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배임, 제삼자 뇌물, 위증교사 등 이 대표에 적용된 혐의도 다양하다. 검찰과 피의자의 주장이 엇갈릴 때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게 법원이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구속영장이 아니다.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판단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오늘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비밀투표로 진행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이 아닌 양심에 따라 판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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