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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 우리를 가리키는 단어는…”

[책과 길]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임솔아 지음
문학동네, 328쪽, 1만6800원


작가 임솔아가 장편소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를 냈다. ‘최선의 삶’ 이후 8년 만의 장편이다. 임솔아는 이번 작품에서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네 여자의 삶을 보여준다. 이들은 나와 다른 타인들로 이뤄진 세상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싸운다.

화영은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지만 다른 한쪽 귀가 잘 들린다는 이유로 장애를 인정받지 못한다. 우주는 어린 시절부터 가짜 정체성을 연기하며 살다가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 보라는 부당한 일에 맞서 싸우다가 역설적으로 약자가 되고, 정수는 남다른 창의성을 억누르고 사회가 원하는 모범생으로 살다가 예술에 눈뜬다.

각자의 이유로 남들과는 다르다고 여겨지던 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무리에 속하기 위해, 소중한 존재와 함께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버린다. 그리고 자신을 잃는 방식으로만 맺을 수 있는 관계는 결국 깨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다. 이들은 소수자로서 분투하는 예술가를 위한 전시를 준비하려는 목적으로 만나 상처받지 않으면서도 다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소설은 처음에는 연작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의 관통하는 서사를 지닌 장편소설이 된다. 1부에서 4부에 이르는 동안 네 사람의 서사는 겹쳐지고 쌓인다.

이들이 만나는 대목은 각자의 시각에서 다시 한 번 묘사되는데 이 방식은 독자가 소설 속 장면을 더 진하게 기억하도록 한다.

임솔아는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중편소설 ’짐승처럼’,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 등을 썼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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