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신냉전 흐름 막기위해 중·러와 대화채널 계속 열어놔야”

[국민초대석]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전략적 명확성’이 있는 외교정책을 펴는 정부를 향해 적 대신 국익을 상정한 전략적 명확성을 주문했다. 윤웅 기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를 졸업하고 북한에 대해 30년간 연구해온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통해 북·러 관계가 군사협력 중심으로 새로운 대전환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 배경에 대해서는 “북·러 모두 절박한 상황에서 절묘하게 전략적 의미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길어질 경우 북 러 간 밀착이 한층 공고해지면서 한반도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흐름이 이어지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흐름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일 협력 중심의 ‘전략적 명확성’을 띤 외교를 이어가되, 중·러 등과의 대화 채널을 계속 열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정은의 방러에 대한 평가는.

“북·러 간의 군사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뉴 노멀(새로운 기준)의 입구를 형성한 것이 이번 김정은의 방러라고 볼 수 있다. 탈냉전 초기에는 러시아가 무게 중심을 한국에 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조건이 발생하면서 러시아가 북한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방러는 2019년 방러와 다르다. 절박한 상황에서 절묘하게 전략적 의미가 맞아떨어졌다. 러시아가 핵심 군사기술이나 핵 자산을 북한에 주지는 않겠지만, 한반도와 유럽 전선을 향해 ‘김정은한테 핵심 카드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에 따라 북·러의 밀착 수준도 달라지지 않겠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면 북한을 볼 필요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간에 안 끝나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이 지나가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이전보다 훨씬 더 긴밀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안보 위협도 훨씬 커진다. 러시아 기술이 어느 정도만 들어가도 북한의 위협은 커지게 된다.”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인가.

“그렇다. 확실한 것은 북·러 군사협력에 있어 뉴 노멀의 문이 열렸다는 점이다. 그게 어느 정도까지 지속될지, 강도가 이어질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북한이 대놓고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면 한반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된다.

“지금은 냉정해져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유럽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김정은의 방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나비효과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가 적정한 선에서 관리해야지, 필요 이상으로 깊숙이 개입하면 전쟁이 한국으로 전이된다.”

-한반도의 신냉전 구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김정은과 푸틴은 신냉전을 원한다. 신냉전이 형성되면 우리나라는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는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시장이 없어진다. 한반도 안보위기도 훨씬 커진다. 신냉전의 흐름으로 가는 경향을 막아야 한다.”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한국의 외교 방향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한국은 글로벌 국가로 커졌다. 한·미동맹이 과거에는 주적인 북한이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그 대상의 범위가 전 세계로 넓어졌다는 의미다. 윤석열정부는 전략적 명확성이 있는 외교를 하고 있다. 전략적 명확성의 목표는 국익이지 동맹은 아니다. 현 단계에선 한·미동맹에 기반을 둔 한·미·일 협력을 선택한 것이 윤석열정부의 외교다. 문제는 한·미·일 협력 강화가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를 경직시키면 안 된다는 점이다. 중·러와의 외교를 관리하고, 북한과의 관계도 열어놔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를 막아야 한다. 중국과는 협력의 여지가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외교의 공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군사적 대응 일변도로만 가면 안 된다. 외교는 감정이 아니다. 오로지 국익만 있다. 지금 한국의 숙명은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점이다.”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 또 북한과는 어떻게 해야 대화를 할 수 있나.

“적을 상정한 전략적 명확성 외교는 안 된다. 국익을 상정한 전략적 명확성이어야 한다. 대화 채널을 열어야 한다. 안보적으로 대응하되, 남북 간 대화 협력의 틀을 열어야 한다. 인내와 자신감을 갖고 접촉면을 넓혀가야 한다. 레드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로운 윤석열정부는 과감하게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북한에 대해 확고한 도덕적 우위를 가졌다는 자신감도 있다. 여기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이행 전략이 필요하다.”

-김정은과 푸틴의 회담 이후 중·러와의 외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의 미래는 전 세계의 공급망에 있다. 그런 상황을 이용해 한·중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러시아도 북한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외교를 해야 한다. 가서 설득도 하고 협박도 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줄 수 있다는 카드가 있다. 그러면 러시아가 선을 못 넘는다.”

박준상 권중혁 기자 junwit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