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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이전에 ‘저고리시스터’가 있었다”

쇼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
K걸그룹 원조는 저고리시스터
공식 첫 걸그룹은 김시스터즈

뮤지컬 ‘시스터즈’ 중 저고리시스터의 공연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블랙핑크, 트와이스, 아이브, 뉴진스 등 K팝 걸그룹들이 근래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스타를 꿈꾸는 신인 걸그룹들이 매년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걸그룹은 언제 등장했을까. 최규성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가 지난 2018년 펴낸 책 ‘걸그룹의 조상들’에 따르면 1935년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을 비롯해 장세정, 박향림, 김능자 등 조선악극단 소속 여가수들로 이뤄진 저고리시스터가 원조다. 앞서 여성들로만 이뤄진 악극단 등이 있었지만 공식 팀명을 가진 것은 저고리시스터가 처음이다. 이들은 이난영과 장세정만 고정 멤버였고 여러 멤버들이 번갈아가며 5~6명 출연하는 프로젝트성 그룹이었다.

김시스터즈의 마림바 연주 모습. 신시컴퍼니 제공

또 1953년 등장한 김시스터즈는 한국의 공식적인 첫 걸그룹으로 평가받는다. 이난영과 김해송 부부의 딸인 김숙자·김애자 그리고 이난영의 조카 김민자로 구성됐던 김시스터즈는 미8군 무대를 시작으로 일반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끌며 음반까지 발매했다. 1959년엔 아시아 걸그룹 최초로 미국에 진출,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손꼽히는 고액 납세자가 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이시스터즈의 노래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지난 3일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쇼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는 바로 걸그룹 선조들에 대한 작품이다.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박칼린이 공동대본 겸 연출을 맡은 ‘시스터즈’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가요사에 족적을 남긴 6팀에 주목했다. 바로 1930~40년대 저고리시스터와 1950~60년대 김시스터즈를 비롯해 1960년대 울릉도 트위스트 등 수많은 히트곡과 CM송을 부른 이시스터즈 그리고 대중음악의 전설 윤복희가 이끌던 코리안키튼즈, 197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를 휩쓴 바니걸스와 가요계의 디바 인순이를 배출한 희자매다.

바니걸스의 실제 멤버인 고재숙(왼쪽부터), 이시스터즈의 김희선, 코리안키튼즈의 윤복희가 지난 9일 뮤지컬을 관람한 후 관객에게 인사하는 모습. 신시컴퍼니 제공

시스터즈들은 일제 강점기, 전쟁, 가난, 연예인에 대한 폄하, 여성 가수에 대한 멸시 등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아 이름을 떨쳤다. 이들은 영어로 재즈와 팝송까지 소화하는가 하면 클라리넷과 마림바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과감한 미니스커트를 택하는 등의 생존전략을 구사했다.

이 작품은 시스터즈들의 전성기 전설적 무대를 재현하는 쇼가 중심이다. 10인조 밴드의 연주와 함께 ‘유 아 마이 선샤인(You’re My Sunshine)’ ‘울릉도 트위스트’ ‘커피 한잔’ ‘거위의 꿈’ 등 시스터즈들과 관련된 수많은 히트곡이 잇따라 등장한다. 여기에 쇼 사이사이에 시스터즈들의 결성 배경과 사연 등이 엮여 생생함을 더한다. 무대 배경에 옛날 신문, 사진, 영상 등 팩트가 가미돼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모큐멘터리(허구적 상황이 실제처럼 보이도록 만든 다큐멘터리 형식)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무대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들은 이번 작품이 거둔 또 다른 성과다. 이번에 캐스팅된 여배우 10명과 남배우 1명은 7명이 등장하는 공연에 매일 역할을 바꿔가며 나온다. 한 명의 배우가 주, 조, 단역을 모두 소화하는 한편 악기까지 연주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K팝 걸그룹 선조들을 다룬 쇼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의 공동작가 겸 연출가 박칼린. 신시컴퍼니 제공

연출가 박칼린은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쓰는 한국 아이돌 그룹들을 보며 그 선배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대중음악 역사에서 운명을 개척했던 걸그룹들은 지금도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대단하다”면서 “무대를 채우는 우리 배우들은 예전 선배들을 표현하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그리고 이번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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