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머스크, 진보 일궈낸 ‘무모한 꿈’

[책과 길] 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21세기북스, 760쪽, 3만8000원

2015년 12월 재사용 가능 로켓인 팰컨 9호가 발사된 후 준궤도 비행을 마치고 돌아와 발사대에서 약 1마일 떨어진 착륙대에 안전하게 착륙하는 모습을 일론 머스크(가운데)가 지켜보고 있다. 21세기북스 제공

일론 머스크는 무모해 보이는 꿈을 꾸고, 미친 듯이 달려간다. 그것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진보를 이뤄내고 있다. 우리가 머스크에 끌리는 이유는 그의 비전이 너무나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머스크를 의심한다. 비상식적이고 냉혹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어서 설립한 두 회사,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보세요. 실리콘밸리의 통념에 따르면 두 회사는 모두 엄청나게 미친 도박이었지요. 하지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두 개의 미친 회사가 성공한다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요?” 월터 아이작슨이 머스크의 첫 공식 전기라고 할 ‘일론 머스크’를 출간하며 서문에 적은 이 말은 머스크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요약하고 있다.

영웅인가 사기꾼인가? 천재인가 미친 놈인가? 사업인가 사명인가 도박인가? 따라야 할 모델인가 경계해야 할 모델인가? 더 성장할 것인가 결국 파산할 것인가? 머스크에게는 수많은 질문이 따라 붙는다. 이 질문들이 세계 최고의 전기작가로 불리는 아이작슨을 한창 활동하는 인물인 머스크의 전기를 쓰도록 했는지 모른다. 이 책이 세계 30여개국에서 출간되고, 국내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도 머스크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 것이다.

아이작슨은 머스크를 2년간 따라다니고, 머스크 주변의 핵심 인물 130여명을 인터뷰했다. 머스크가 살아온 과정을 어린 시절부터 짚어보고, 그가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가까웠던 사람들의 평가를 들으면서 머스크를 이해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인 전기가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다면 ‘일론 머스크’는 해석을 유보한 인간 탐구에 가깝다.

“상황이 가장 위급할 때 그는 활력을 얻었다… 그는 ‘죽기 아니면 살기’ 모드가 아닐 때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 때문에 그는 서지를 발동하고, 극적인 사건을 만들고, 피할 수 있는 전투에 몸을 던지고, 무리하게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책은 머스크가 보여주는 비정상성의 배경에 아버지의 학대에 가까운 냉혹함,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폭력적 분위기 등이 가한 심리적 상처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는 아스퍼거 증후군도 앓고 있다.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규칙을 어기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라”는 머스크의 일하는 방식은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숱한 논란을 초래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의 심리 상태는 종종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는데, 모든 판돈을 걸고 승부를 거는 ‘올인’ 스타일과 쉴 줄 모르고 한 주에 최대 120시간까지 일하는 ‘일 중독’ 때문일 수 있다.

수많은 인간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일에서 누구나 경탄할 만한 성과를 내왔다. 책은 스페이스X 설립, 테슬라 전기자동차 생산, 최근의 트위터 인수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머스크의 신념, 강박적이라고 할 정도의 몰입, 포기하지 않는 태도 등을 그려낸다

머스크는 종종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인물로 여겨진다. 잡스 전기도 쓴 아이작슨은 직원들에 대한 불친절, 반대자들에 대한 분노, 일에 대한 맹렬함, 과대선전 등에서 둘의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잡스가 디자인에 집중했던 반면 머스크는 엔지니어링을 중시했다고 차이점을 설명한다. 머스크는 상품 자체보다 그 상품을 만드는 공장 시스템에 집중했다. 그래서 테슬라나 스페이스X처럼 회사는 모든 직급에서 엔지니어가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스타링크(위성 통신 네트워크) 제공, 트위터 인수, 인공지능 회사 설립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유 중 하나로 트위터가 그에게 최고의 놀이터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머스크라는 인물은 리더와 리더십에 대한 익숙한 생각을 뒤흔들어 놓으며 복잡한 질문으로 이끈다. 그가 괴팍하지 않았다면 과연 전기차의 미래로, 그리고 화성으로 인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그를 성공으로 이끈 하드코어와 올인 방식의 추진력은 그의 나쁜 행동 방식과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엄청난 성취를 위해 세상 사람들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진짜 개자식을 리더로 삼아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