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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노숙집회’ 전면 금지 추진

소음 규제 기준 강화·드론 채증도
일몰 후 옥외집회 금지 헌법불합치
헌재 결정 내린 적 있어 논란 예상

지난 5월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노숙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한다. 집회·시위의 성격, 규모 등과 상관없이 심야 시간대에 집회를 원천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앞서 헌법재판소가 일몰 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고, 국회도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입법화 과정에서 여러 논란과 난관이 예상된다.

경찰청은 21일 대규모 불법 집회·시위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면서 ‘집회·시위 문화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 방안은 지난 5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건설노조가 1박2일 ‘노숙집회’를 계기로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등 7개 부처로 구성된 공공질서 확립 특별팀이 논의를 거쳐 내놓은 것이다.

현행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뒤의 옥외집회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집회 성격상 질서유지가 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경찰이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헌재가 2009년과 2014년 연이어 사실상의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사문화된 상태다.

경찰은 우선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신고된 집회·시위에 대해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집시법에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안으로 발의된 법안을 토대로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입법 공백을 해소하고 심야 시간대 국민의 평온을 보장하기 위해 집회 금지 시간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소음 규제 기준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강화하기로 했다. 소음 측정 시간 간격을 현재 10분에서 5분으로, 기준 초과로 판단하는 횟수도 1시간 내 3회에서 2회로 줄인다. 소음 기준치를 장소·시간대에 따라 5∼10㏈(데시벨) 낮추고 1인 시위로 발생하는 과도한 소음 역시 규제하기로 했다. 주요 도로에 신고된 집회를 제한하는 기준도 ‘출퇴근 시간대’ 등의 용어를 추가하는 등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규모 집회·시위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 채증’을 위한 규칙 개정도 추진한다. 또 폭력을 동원한 불법 시위가 우려될 경우 경찰 형사팀을 사전 배치하는 등 집회·시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 용산·종로·영등포·남대문 등 대규모 집회·시위가 빈번한 권역을 중심으로 수사전담반도 운영한다. 각 경찰서에 4~7명을 편성할 방침이다.

다만 이런 내용의 집회·시위 개선 방안이 현실화되긴 만만치 않고 위헌적 소지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심야 시간대에 일괄적으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문제에 대해선 이미 헌재에서 위헌 판단을 내린 상태라 이를 뒤집는 내용의 입법화는 쉽지 않다. 최근 서울행정법원도 금속노조가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상대로 심야집회 금지 통고를 취소해 달라고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청인의 집단적 의사 표현의 자유인 집회인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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