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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스라엘, 사우디에 수교 조건 핵 프로그램 지원 검토”

WSJ “우라늄 농축시설 美 운영”
성사 땐 양국 모두 정책 대전환
중동 내 군비 경쟁 등 우려 여전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등을 논의했다.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로 수교를 추진하는 가운데 수교 조건으로 사우디에 민간 핵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사우디 내에 미국이 운영하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두고 이스라엘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국 핵·안보 전문가들에게 미국 측과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방안이 실현된다면 사우디는 중동에서 이란에 이어 공개적으로 우라늄 농축을 하는 두 번째 국가가 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 방안에 완전히 합의한 건 아니다. 두 나라는 여태껏 중동 국가들의 핵 능력 개발을 반대해 왔다. 이스라엘은 공개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이 지역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유일한 국가로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의 핵 보유를 반대해 왔다. 이 논의가 실현된다면 양국 모두 정책적 대전환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스라엘로서는 이슬람교의 종주국 격인 사우디와 외교 관계를 수립할 경우 유대 국가를 배척해온 다른 이슬람권 국가들에 우호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사우디 내 우라늄 농축 허용은 이번 수교를 추진하는 데 있어 최대 난제 중 하나였다. WSJ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번 지시는 그가 사우디의 핵 야망을 허용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전날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한다면 안보상 이유와 중동 내 힘의 균형을 위해 사우디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사우디 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하게 되면 중동 내 군비 경쟁을 부추길 위험이 있어 미 당국자들도 다른 대안을 고려하는 등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WSJ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구상을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도 지난달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역내 핵무기 경쟁이 발생할 수 있어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사우디 핵 이슈에 대해선 이스라엘과 미국은 처음부터 무엇을 할 수 없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견이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에서 어떤 형태의 농축 프로그램이 운영되더라도 많은 안전장치를 넣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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