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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무효표

고승욱 논설위원


무효표는 각종 투표에서 무효로 처리되는 표를 말한다. 득표로 인정되지 않지만 투표율에는 반영된다. 투표권이 있는 120명 중 100명이 참여해 찬성 50표, 반대 30표, 무효 20표가 나왔다면 투표율은 66.6%가 아니라 83.3%다. 찬반을 표현하지 않았거나, 기표 방법이 틀려 의사를 인정받지 못해도 투표에는 참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179조는 어떤 투표가 무효인지 규정하고 있다. 정규 용지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어느 칸에도 표시하지 않은 경우, 2칸에 걸쳤거나 어디에 표시했는지 식별할 수 없는 경우 등 가능한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상세히 적시했다. 심지어 179조④에는 투표지를 접어 반대쪽에 잉크가 묻었을 때처럼 무효표처럼 보이는데 무효표가 아닌 것까지 적혀있다. 그만큼 무효표 판정에 많은 다툼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무효표는 단순히 무효만 의미하지 않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온갖 정치적 해석과 파장을 부른다. 1954년 국회에서 있었던 2차 개헌안 투표가 그랬다. 재적의원 203명 중 찬성 135표, 반대 60표, 기권 7표, 무효 1표가 나왔는데 가결 규정은 재적의원의 3분의 2인 136표였다. 무효표가 찬성과 반대 어느쪽이든 갔다면 ‘135.3333를 사사오입해 135’라는 역사적 코미디는 없었을 것이다. 1956년 대선에서 야당 단일후보였던 해공 신익희 선생은 유세 중 뇌일혈로 숨졌지만 10일 후 치러진 선거에서 전체 투표자의 20.5%인 185만6000여명으로부터 추모표를 받았다. 물론 이 표는 무효로 처리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1일 가결될 때 무효표가 4표나 나왔다. 지난 2월 이 대표의 첫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휘갈겨 쓴 ‘부’자 때문에 벌어진 무효표 논란을 생각하면 단순한 기표 실수는 아닌 게 분명하다. 게다가 이번에는 무효·기권표가 지난번보다 10표 적게 나오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심경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찬반표보다 더 확실하게 속내를 비친 무효표라고 할 수 있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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