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친명(친이재명)계는 ‘해당 행위’를 했다며 ‘부결 대오’에서 이탈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와 지도부 책임론을 주장하며 맞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같은 당 의원들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 적과의 동침”이라며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정적 제거·야당 탄압 공작에 놀아난 건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구 좋으라고, 이 대표의 사퇴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친명계 최고위원들도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의원총회·중앙위원회 의결·규탄대회 등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에 뜻을 모았는데 비명계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기획투표’를 했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배신과 협잡의 구태 정치에 당원과 국민이 분노한다”며 “익명의 그늘에 숨는다고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배신자, 독재 부역자들은 암적 존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탄대회’가 된 이날 회의에서 비명계는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본인의 사퇴 가능성을 언급했고, 송갑석 최고위원은 아예 불참했다.

그러나 비명계 일각에선 전날 원내지도부만 사퇴한 것을 비판하며 이 대표와 지도부 전체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움직임도 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책임질 사람은 가만히 있고 책임 적은 사람한테 모든 것을 떠넘기고 있다”며 “이 대표 뿐 아니라 최고위원들에게 직접적 책임이 있는데 박광온 원내대표를 사퇴시켰으면 (그들도) 총사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도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후안무치하게 아무 반성도 없이 말을 바꿔 우리라도 대국민 약속을 지키려 가결표를 던진 것”이라며 “징계는 약속 지킨 놈이 아니라 어긴 놈이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갈등이 격화되자 이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검사 독재정권의 폭주를 막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양측 갈등은 이르면 오는 26일 결정될 이 대표 구속 여부에 따라 더 첨예해질 전망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친명계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비명계를 징계하고 향후 공천 불이익을 주는 등 현 지도체제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인용되면 비명계의 이 대표 지도체제에 대한 공세가 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박 전 원내대표 후임을 오는 26일 선출하기로 해 누가 당선될지도 관심이다. 지난 4월 선거에 출마했던 홍익표·박범계·김두관 의원의 재출격이 거론되는 가운데, 친명계를 중심으로 특정 후보를 추대할 가능성도 있다.

이동환 박장군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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