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고금리 장기화 공포… ‘영끌족’ 곡소리 더 길어진다

연준, 기준금리 동결… 매파 기조 뚜렷
한은 금리인하 시점도 더 미뤄질 듯
이달 시중은행 가계대출 1.6兆 늘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까지 5%대 기준금리 유지를 시사하면서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통화정책을 놓고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1.4%) 전망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늦추는 분석이 나온다. 상당기간 현재의 고금리 국면이 이어질 공산이 큰 것이다.

연준은 지난 19~2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다만 금리 점도표를 보면 긴축 기조는 뚜렷했다.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을 뿐 아니라, 내년 금리 인하 예상 횟수를 4번에서 2번으로 줄인 것이다. 내년 말(5.1%)과 2025년 말(3.9%) 정책금리 전망도 0.5% 포인트씩 각각 높였다.


한은 역시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긴축 기조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가계부채와 국제유가발 물가 상승 등의 금리 인상 요인이 많은 데다 미국과의 금리 차도 사상 최대치인 2% 포인트까지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긴축 기조(기준금리 유지)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폭은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539억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원)보다 1조6419억원 늘었다. 20여일 만에 이미 8월 증가 폭(1조5912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리스크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93.30달러, 두바이유는 93.23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9.63달러를 기록하며 연내 100달러 돌파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와 물가 상승을 누르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중국 경기 둔화 문제 등으로 정부의 ‘상저하고’ 경기 전망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4%)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런 이유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루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먼저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내년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3분기로, 한국의 인하 시점은 내년 7월로 본다”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영끌족’의 고통도 길어질 전망이다. 은행채 발행 증가와 수신 유치 경쟁이 불붙는 가운데 국내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는 미국 채권 금리가 치솟는 등 시장금리 상승에 영향을 줄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큰 내년 상반기까지 이자 부담은 줄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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