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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살해 후 자살, 두 달간 무려 5건… “가장 심각한 범죄”

송파 초등생 딸, 모친이 살해한 정황
전문가 “양육 힘든 환경도 학대로 봐야
국가 사전 개입 장치 만드는 게 중요”

서울 송파구와 경기 김포 등 세 군데서 숨진 일가족 5명 중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송파구 주거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미성년 자녀를 살해한 뒤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참극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일가족 5명이 서울과 경기도 김포의 3곳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서도 경찰은 어머니가 초등학생 딸을 먼저 살해한 뒤 투신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이런 사건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모가 벼랑 끝에 몰려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자녀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하고 생명을 빼앗는다는 점에서 참작의 여지가 없는 심각한 범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일가족 변사 사건에서 초등학생 딸의 부검 결과 외력에 의한 경부압박 질식이 사인이라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빚 독촉을 피해 어린 딸을 데리고 숙박업소를 전전하던 40대 모친 A씨에 의한 타살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A씨는 지난 22일 딸과 함께 김포의 호텔에 투숙했다가 이튿날 오전 혼자 나와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사했다.

자녀를 살해한 후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두 달간에만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송파구 사례 외에도 최소 5건 발생했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자녀 살해 후 자살한 사건은 모두 42건 발생했다. 2018년 7건에서 2019년 9건, 2020년 12건, 2021년 14건으로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최아라 광주대 아동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자녀 살해 후 자살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이런 사건의 원인으로 경제적 문제가 38.6%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정신과적 문제 17.5%, 가족 갈등 12.3%, 자녀양육 문제 8.8% 등 순이었다.

유서나 진술조서 등에도 경제적 이유가 주된 범행 동기로 등장한다. 최 교수의 연구에서 사례로 든 2018년의 충북 옥천 일가족 살해 사건의 경우 부인과 딸 3명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40대 남성은 “불어난 빚을 감당할 수 없었다. 남겨진 가족들이 손가락질을 받을 게 두려워 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지난해 경기도 수원에서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여성은 “발달장애가 있는 딸이 혼자서 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원인이 부른 비극이라 해도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생명까지 빼앗는 행위는 ‘극단적 아동학대’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명을 앗아간 가장 심각한 범죄”라며 “부모가 생활고에 시달려 자녀를 키우기 어려운 상태도 아동학대로 보고 국가가 사전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공동대표인 서성민 변호사는 “살인에 이르기 전 학대 피해 조짐이 보였을 때부터 아동이 사법적·행정적 절차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진술할 수 있도록 국가가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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