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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황금세대

태원준 논설위원


스포츠에서 흔히 쓰는 ‘황금세대’란 말은 포르투갈 언론이 만들어냈다. 루이스 피구와 파울로 소사가 주축인 청소년 축구 대표팀이 1989, 91년 세계대회를 연이어 제패하자 그들에게 황금세대란 별칭을 붙였다. 1966년 4강 진출이 월드컵 최고 성적이던 포르투갈에 마침내 우승을 안겨줄 젊은 피가 등장했다는 기대 섞인 조어였다. 그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후 황금세대는 비슷한 나이의 탁월한 선수가 여럿 배출돼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줄 때 사용하는 용어가 됐다.

한국에도 종목마다 황금세대가 있다. 축구는 한일월드컵 4강 이후 여러 황금세대가 기대를 모았는데, 최근에는 2019년 U20(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 주역들이 꼽힌다. 지금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이 당시 골든볼을 수상했다. 김은중 감독의 올해 U20 대표팀은 특출난 선수가 보이지 않아 ‘골짜기 세대’로 불리다가 4강에 깜짝 진출하면서 또 다른 황금세대로 위상이 바뀌었다(반면 황금세대라던 이들이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해 ‘도금세대’라 불리기도 한다).

야구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을 이끈 김태균 오승환 이대호 추신수 등 82년생 선수들이 황금세대를 이뤘다. 이들이 서서히 퇴장하면서 강속구 투수 김서현 등 올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의 2004년생들이 제2의 황금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골프는 박인비 신지애 이보미 최나연 유소연 등 87~90년생 ‘박세리 키즈’가 있고, 농구는 19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문경은 서장훈 현주엽 우지원 전희철 등 ‘마지막 승부 세대’(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열풍 속에 전성기를 구가했다)가 존재한다.

황선우 등 스무 살 안팎의 수영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따냈다. 조오련 최윤희 박태환 등 탁월한 한 명에게 의존해온 한국 수영에서 황금세대란 말을 처음 사용케 한 이들이 일을 냈다. 비인기 종목에서 이런 세대의 등장에는 골프의 박세리처럼 척박한 시절을 헤쳐 온 이들이 있었다. 박태환의 역할이 컸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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