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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

최영진 전 주미대사


북한이 핵무기 확장하고 있는
한반도가 앞으론 세계 지정학
중심에 서게 돼… 남북 관계
종합 관리하려면 교류 노력
계속하되 대북 억지력 키워야

미국과 중국이 중요한 만큼
한·미동맹 강화해야겠지만
반중외교로 이어져선 안 돼
가치외교 앞세우다 실리 잃은
캐나다를 반면교사 삼아야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격하게 움직이고 있다. 8·18 한·미·일 정상회담과 9·13 북·러 정상회담이 있었고, 10월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이 예고돼 있고,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가 협의되고 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 수백년간 대서양이 세계 지정학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태평양이 대서양을 대체해 세계를 움직이게 된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수십년간 세계 정세의 핵심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중국, 일본의 경제력이 세계 1, 2, 3위 그리고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력도 세계 10위권 안팎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태평양 중에서도 한반도가 세계 지정학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런데 한반도는 분단돼 있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은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이지만, 동시에 북한 주민은 우리의 형제자매라는 이중성이 남북 문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며 통일을 도모해야 하는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은 4개의 분단국가를 만들었다. 베트남은 전쟁에 의한 통일을 이뤘고, 독일은 소련 와해로 동독이 사라지면서 통일을 이뤘다. 중국과 대만 관계는 미국의 대중 패권 경쟁의 와중에서 기사화되고 있지만, 교류는 놀랄 만하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중국과 대만은 연 1000만명이 상호 방문했고, 주 900편의 직항노선이 있었으며, 3000억 달러의 교역이 있었다. 이런 관계에 근거해 중국 지도자들은 100년을 내다보고 통합이나 통일을 바라보고 있다.

남북한은 어떤가? 그간 우리는 적극적으로 대북 교류 입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남북 교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평양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통제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으로선 교류와 협력은 정권을 위협하는 ‘독이 든 당근’이 된다. 현재 남북한 간에는 정상적인 상호 방문이 하나도 없고, 한 개의 직항노선도 없으며, 정상적인 교역도 없다. 우리의 포용정책주의자들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같이 북한의 실체를 모르는 사람들은 ‘독이 든 당근’을 협력정책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체사상, 병진정책 등을 외치는 북한에 대해 두 단계의 교류정책을 상정할 수밖에 없다. 평양이 자초한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대북 접촉은 인도적 지원이나 국제사회·시민단체의 노력에 의한 지원 등이 첫 단계가 된다. 그러나 두 번째 단계인 남북 사이의 진지한 대화, 화해, 교류, 협력은 북한 참여 없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이런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가운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남북 관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려면 남북 교류와 협력 노력은 계속하되 대북 억지력을 반드시 키워 나가야 한다. 대북 억지력에서 미국과 중국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핵무기 개발을 못하게 하면서 경제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동맹으로 국가 관계를 도모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핵무기 개발을 내버려 두면서 국제사회에서 버림을 받는 북한을 원조로 살려주고 있는 것이 중국이다.

한·미동맹 강화로 대북 억지력을 계속 키워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반중 외교로 이어지면 경제와 북한 문제 해결이라는 국익이 피해를 보게 된다. 8·18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핵심 국익으로 여기고 있는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 우리는 미국과 입장을 같이했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미국의 목적과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우리의 목적이 합쳐진 결과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보다 앞장서서 반중 외교를 펴면 우리 국익이 손상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반면교사로 배워야 할 것은 캐나다의 대중 정책이다. 캐나다는 미국보다 앞장서서 반중 가치외교를 펴왔다. 이에 반대하는 주중 캐나다 대사 존 매컬럼은 공개적으로 해고됐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어서 가치외교를 펴면서도 실리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캐나다나 우리는 가치외교를 펴면 실리를 쉽게 놓치게 된다. 이번에 중국은 중국인의 외국 여행을 허가하면서 한·미·일 등은 포함하고 캐나다를 제외했다. 캐나다가 가치외교를 앞세워 실리를 포기하면서 부딪친 외교적 상황이다.

최영진 전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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