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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유인촌과 ‘범무용인 성명서’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10월 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문화예술계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문화연대와 민예총 등으로 구성된 ‘유인촌 장관 내정 철회 예술인 모임’은 지난 13일 윤석열정부의 첫 문체부 장관이었던 박보균 장관 후임으로 유 후보자가 내정된 직후 반대 성명을 내는 한편 연일 시위에 나서고 있다. 유 후보자 반대 측이 문제로 삼는 것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정권에 비판적 성향을 보인 예술가들의 명단을 만들어 검열하고 지원사업 등에서 배제한 사건이다.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사태는 이명박정부의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하 전략)에서 시작됐다는 게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다. 이명박정부의 초기 청와대가 작성한 전략 문건에는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가들이 강성·온건 성향으로 구분돼 있었다. 유인촌 당시 문체부 장관 시절 산하 기관장들의 해임 러시도 이 전략의 하나라는 것이다. 이 문건은 201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예정이었지만 당시 예술의전당 이사장이었던 유 후보자가 이사장직을 사퇴하고 국감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흐지부지됐다.

기본적으로 진보 성향인 예술계에서 유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크자 보수 성향 문화예술인들이 유 후보자를 엄호하고 나섰다. 문화자유행동, 경기북부중견작가회 등 미술계 중심의 85개 단체는 지난 20일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유 후보자가 장관 시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한글박물관, 장민호백성희 극장, 문화역 서울 등을 개관했거나 착수하는 등 문화예술계 발전에 기여하면서 국민의 문화 접근 기회를 대폭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5일엔 무용계에서 유 후보자 지지 ‘범무용인 성명서’가 나왔다. 국립현대무용단 창단 등 무용 분야에 대한 유 후보자의 기여를 강조한 이 성명서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무용계 협회 및 단체장, 대학교수, 독립무용가 등 115개 단체의 이름이 올라 있다. 특히 이름 있는 무용가들이 꽤 참여했는데, 유 후보자가 젊은 시절 직접 춤을 배우는 등 무용계와 친분이 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성명서는 유 후보자와 친밀한 원로 무용가들이 주도했다.

그런데 이 성명서에 대해 무용계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랙리스트 사태에 비판적인 젊은 무용가들은 물론이고 성명서에 이름이 올라온 무용가 중 일부는 후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로 무용가들의 전화를 받고 유 후보자와의 개인적 친분으로 지지한다고 밝혔을 뿐 이런 성명서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이 아니라 협회나 학회의 수장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인물들은 뒤늦게 성명서를 확인하고 당황해했다.

무용계의 경우 1970, 80년대 대학 무용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던 50여개로 늘었다가 최근 많은 수가 폐과하거나 실용무용과로 바뀌는 등 기초예술로서 설 자리가 좁아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무용계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국립무용원을 설립하는 한편 음악·미술·연극으로 구성된 초중등 예술 교과에 무용을 독립된 과목으로 포함하는 것을 현안으로 삼고 있다.

이번에 성명서를 주도한 무용가들은 유 후보자가 장관이 돼야 이런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성명서는 이념에 따른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취약한 장르인 무용계가 유 후보자와의 친분을 내세워 지원을 더 얻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한 다른 장르의 예술가 그리고 젊은 무용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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