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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저축은행 수사와 검찰의 방식

지호일 사회부장


2011년 6월 3일 금요일 밤의 일로 기억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한창일 때였다. 중수부 핵심 4인이 서울 서초동 어느 호프집에 모였다. 중수부 2인자 우병우 수사기획관을 비롯해 노승권 중수1과장, 윤석열 중수2과장, 윤대진 파견 검사. 하던 수사를 멈추고 나왔다는 이들은 여의도를 향해 불만을 터뜨렸다. 그날 낮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관계법소위가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를 합의한 데 대한 성토였다. “중수부 문을 닫겠다는 건 수사하지 말란 얘기 아닌가.” “수사가 자기들(정치권)을 향하니 막겠다는 건가.” 그 사흘 뒤 현충일에 김준규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상륙작전을 시도하는데 갑자기 사령부를 해체하면 상륙부대는 어떻게 되겠나”라며 공개 반발했다.

12년 전 일을 떠올린 건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파생된 사건이 현 정국의 한복판에서 다시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 수사는 중수부 폐지 논의라는 위기감 속에서 진행됐다. 2011년 3월 10일 국회 사개특위에서 중수부 폐지안을 꺼내들자 중수부는 그 닷새 뒤 부산저축은행그룹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돌입했다. 거악만 상대한다는 중수부가 저축은행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서민 경제와 밀접한 저축은행 수사로 중수부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해 폐지론을 잠재운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중수부로서는 살기 위한 수사였던 것이다.

수사는 융단 폭격으로 저축은행 본진을 초토화한 뒤 곧이어 비호세력의 뒤를 쫓는 흐름으로 전개됐다. 옆으로 넓혀가는 수사가 아니라 위로 올라가는 수사였다. 청와대 실세,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간부 등 힘 있는 자들이 줄줄이 엮여 나왔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모여 ‘중수부를 그냥 두라’는 집회를 열고, 청와대도 검찰 손을 들어주면서 중수부 존폐 이슈는 정부 교체 이후까지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현재 검찰은 ‘김만배 녹음파일’ 보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석열 중수2과장이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무마했다’는 보도가 지난 대선판을 흔들 목적의 날조였다는 내용이다. 전모에 대한 판단은 섣부르지만, 2011년 당시를 돌아보면 중수부가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비리를 덮었다는 설은 실제로 근거가 빈약하다. 그쪽으론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설명이 상황에 더 부합할 듯하다. 다만 김씨와 신학림씨의 인터뷰가 진짜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공작이었을까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두 사람 간 대화와 1억6500만원 거래, 이후의 녹음파일 제공 및 보도가 일련의 과정이 아니라 별개의 사안일 가능성도 있다. 지금의 검찰 대응은 조급해 보인다는 말이다.

해당 보도의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은 27일 새벽 끝내 기각됐다. 허위 인터뷰 의혹이 갑자기 불거진 데는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염두에 둔 분위기 조성 차원도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영장은 기각됐지만, 가짜뉴스 수사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까지 계속 굴러갈 터다.

‘모든 것을 수사로 돌파한다’는 검찰의 방식은 2011년이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이다. 지난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는 일도, 검찰 권한을 지키는 일도, 현직 대통령의 명예를 수호하는 일까지도 수사권 행사로 해결하려 한다. 이는 수사권·기소권을 쥔 조직으로서 당연한 생리일까. 혹여 국민이 맡긴 검찰권의 남용은 아닌가. 지금의 검찰은 부패 척결과 정권을 위한 복무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이다. 한 발만 삐끗해도 낭떠러지다. 특히 국민 눈에 현 정권과 검찰이 동일체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건 양쪽 모두에게 위험 신호다.

지호일 사회부장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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