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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스윙보터들 “투표 기준은 무조건 청년정책이죠”

영호남 청년 20명 심층 인터뷰

사진=이한결 기자

국민일보 심층 인터뷰에 응한 영호남 출신 청년 20명 중 17명(85%)은 “내년 4월 총선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정치적 무력감을 드러내면서도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24일 실시한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대다수는 “내 생활에 필요한 정책을 내놓는 당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지역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의미다.

경남 창원에 사는 황모(37)씨는 “어느 정당이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가느냐 하는 문제는 솔직히 관심 밖”이라며 “내가 원하는 정책을 내놓는 사람이나 당이 있다면 그쪽에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에 사는 김모(35)씨도 “관성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표를 많이 가져가기는 하지만 지역 발전도 못 시키면서 표만 갈구하는 모습을 좋게 본 적이 없다”며 “내가 원하는 노동정책이나 일자리정책에 맞는 공약을 내놓는 정당에 한 표를 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전남 거주 A씨는 “투표의 기준은 무조건 청년정책”이라고 했다.

중도 청년층의 민심 제대로 헤아려야


응답자 20명 가운데 7명은 아직 투표할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부산에 사는 방모(26)씨는 “투표장에 갈 생각이지만 아직 투표할 정당이나 인물은 선택하지 못했다”며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우리 지역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남 출신 송모(27)씨도 “지금 상황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 두 당이 뭐가 다른지조차 잘 모르겠다”면서 “여러 당 중에서 가장 와닿는 정책을 내놓는 곳이 어디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에 거주하는 이모(35)씨는 “고정 지지정당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당이 내놓는 메시지나 정책에 따라 수시로 바뀌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청년세대에게 지역주의를 대입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사고라고 지적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7일 “영호남의 지역주의는 청년세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이 기성세대와 가장 다른 점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실용적인 성향을 지닌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점차 당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청년세대의 특성을 촘촘하게 유형화해서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정치권에 조언했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도 “진영 정치에 포섭되지 않은 ‘무당층 청년’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지역주의를 해결할 희망이 될 수 있다”면서 “정치권은 중도 청년층의 민심을 제대로 헤아려서 쇄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호남 출신 청년 20명에게 대통령의 호감도를 물었더니 지역을 불문하고 ‘비호감’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비호감이라고 답한 15명 중 절반 이상은 “대통령에 대한 호감·비호감 여부가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전주 출신 이모(38)씨는 “윤석열 대통령을 생각하면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모습만 떠오른다”며 “지금 정권에 대한 반발 심리로 야당을 선택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 박모(28)씨 역시 “윤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검사인 줄 아는 것 같다. (야당 등과) 소통은 하지 않고 때려잡기에만 열중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을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도 “윤 대통령이 지금 청년세대의 가치관과 딱 들어맞는 인재상은 아니지 않으냐”며 “우선 청년층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에 반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석좌교수는 “쌍방향 소통을 통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청년 표심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년층이 바라는 것은 정치적 효능감

영호남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기를 바라고 있었다. 대구에 거주하는 김모(32)씨는 “청년의 삶에 밀접한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며 “예를 들어 전 정부에서 주52시간 정책을 시행했을 때 야근이 사라지면서 삶의 질이 올라갔다. 그때부터 좋은 정치는 서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정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치인과의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산 출신 박모(34)씨는 얼마 전 특별한 경험을 했다. 우연히 지역구 정치인을 만나 정책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박씨는 “정치에 무관심했다가 정치인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지역구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치는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기고 있었는데, 정치인을 직접 만나 보니 ‘정치는 아주 밀접한 곳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 출신 최모(35)씨도 “꾸준히 문자로 정책 알림을 해주면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면서 응원하게 되더라”며 “직접 유권자에게 설명하고 보고하는 창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민지 김영선 이동환 박장군 박성영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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