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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하철1~4호선 엉터리 점자안내판 92% 2년째 방치

예산 부족 올해 점자 점검도 못해

역사 내 계단 핸드레일에 설치된 점자안내표지판에 먼지가 쌓이고 마모된 모습. 차민주 기자

시각장애인 유승열(51)씨는 시각장애인복지관을 가기 위해 지하철로 2호선 봉천역까지 이동했다. 그런데 봉천에서 나가려 했지만 역사 계단 핸드레일에 부착된 점자안내표지판이 훼손돼 원하는 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 유씨는 30분가량을 역사 안에서 헤매야 했다. 그는 “계단 핸드레일에 붙어 있는 출구 안내 점자가 훼손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며 “점자안내표지판이 마모되거나 껌이 붙어있는 경우도 종종 있어 혼자서 역사 출구를 찾기 힘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3일 서울교통공사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지하철 역사 내 점자를 점검한 ‘점자안내표지판 점검 결과’에 따르면 2021년 3~6월 3개월간 점검한 1~4호선 점자안내표지판 2만5727개 중 3490개가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270곳만 정비됐고, 92%에 해당하는 나머지 3220개는 여전히 미정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정비 내역별로는 내용 미흡이 1198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설치(771), 훼손(678), 위치 미흡(564), 거꾸로 설치(9) 순이었다.

5~8호선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진행한 점자안내표지판 훼손 여부 점검에서 1만443개가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737개는 여전히 정비가 되지 않고 있다. 정비 대상은 위치 미흡(1440), 미설치(174), 내용 미흡(86), 훼손(31), 거꾸로(6) 순이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소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훼손된 점자 정비를 완료하지 못했다”며 “정비대상은 종착역 미정비, 위치 미흡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이 크게 불편을 겪지 않을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점자에 의존하는 시각장애인은 안내표지판에 작은 마모라도 있으면 내용 식별이 어렵다. 전맹 시각장애인 김훈(50)씨는 “시각장애인이 큰 불편을 겪지 않는다는 건 온전히 공사의 입장”이라며 “출구를 한 번 잘못 나가면 몇십 분을 헤매기 때문에 점자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지하철 1~4호선에 정비가 필요한 점자안내표지판의 90% 이상이 방치돼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점자 개선에 막대한 예산이 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교통공사가 적극적으로 점자 개선을 위해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3년 주기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역사 내 점자안내표지판을 점검해 왔는데, 예산 부족 탓에 올해 시행됐어야 하는 1~4호선 점자 점검도 시행하지 못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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