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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타고 나르샤… 섬진강 굽어보는 짜릿한 하늘길

암벽·동굴·알바위… 전북 순창 용궐산

전북 순창군 동계면 용궐산 하늘길에서 내려다본 섬진강이 물안개를 이불 삼아 용틀임하듯 굽이치며 유장하게 흐르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공중에서 본 하늘길 잔도. 벼랑에 지그재그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전북 순창은 산수가 좋기로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호남의 금강’이라는 강천산이 있고, 섬진강이 흐른다. 여기에 최근 용궐산(龍闕山·645m)이 핫플레이스다. 이제 순창 여행은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을 들러 강천산에서 단풍을 즐기고, 채계산 출렁다리와 ‘용궐산 하늘길’에서 인증샷을 찍으며 알록달록하고 매콤달콤한 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

순창군 동계면에 위치한 용궐산은 이름만 들어도 위엄이 느껴진다. 산세가 마치 용이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형상을 띠고 있다고 해서 용궐산이다. 처음엔 용골산(龍骨山)으로 불렸으나 이름에 ‘용의 뼈’라는 죽은 의미가 담겨 있어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기운을 발휘했으면 하는 주민들의 바람을 담아 2009년 4월 ‘용의 궁궐(집)’을 뜻하는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고 한다.

‘용궐산 하늘길’은 섬진강을 굽어보는 용궐산 암벽 용여암(龍女岩)에 아슬아슬 매달린 벼랑길이다. 하늘길을 조성한 2021년 4월 이후 용궐산은 전국구 스타로 거듭났다.

하늘길은 벼랑에 선반 형태로 길을 이은 ‘잔도(棧道)’다. 길을 내는 건 당연히 쉽지 않았다. 헬기로 자재를 나르고, 중장비로 산길을 다진 다음 가파른 암벽에 철심을 박고 나무데크를 깔았다. 처음에는 534m에 불과했으나, 지난 7월 562m를 더 연장해 1096m 길이로 재개장했다.

하늘길을 오르는 들머리는 ‘용궐산 치유의 숲’ 매표소다. 이곳에서 제법 가파른 돌계단 길을 20분 남짓 오르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산의 한 면 전체가 수직에 가까운 암벽으로 돼 있다. 1.5m 폭의 벼랑길이 정상을 향해 지그재그로 뻗어 올라간다. 용틀임하는 용의 모습을 빼닮았다.

처음 개장할 때 ㄷ자 모양이었던 길 위쪽으로 ㄷ자 한 개를 더 얹어 놓은 모양새다. 조망 좋은 지점과 그늘진 곳에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수직 암반에 수평으로 만든 길이 허공에 붕 떠 있다. 하늘을 걷는 느낌이다.

하늘길에서 내려다보면 숨이 멎을 것 같은 멋진 풍광이 발아래 펼쳐진다. 섬진강 물줄기가 유장하게 흐르고 강 주변 마을이 옹기종기 정답다. 주차장의 차들이 장난감 같다. 마치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아침 일찍 오르면 섬진강 위를 포근하게 뒤덮은 물안개가 환상적이다. 바람에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이 안개 이불 아래 잠자던 용이 깨어나 꿈틀거리는 듯하다.

나무데크길을 따라 30분을 걸으면 끝자락에 있는 정자 ‘비룡정’에 닿는다. 비룡정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인다. 섬진강 물줄기와 남서·북서 방향 풍경만 보여주던 하늘길에 비해 비룡정에서는 동쪽과 북쪽 풍경까지 허락한다.

용궐산 정상석 뒤 나무데크 전망대.

이후 정상까지는 등산길이다. 된목 갈림길에서 정상부터 오른다. 정상 표지석 바로 위에 전망대가 있어 또 한번 높고 시원한 전망을 내어놓는다. 백패킹 장소로 알음알음 사람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 표지석 옆에 꽤 넓은 너럭바위가 있다. 신선이 바둑을 둔 자리라고 하는데 바둑판 모양을 찾을 수 없다.

용굴 내부에서 내다본 풍경.

다시 된목으로 내려와 용굴 방향으로 내려선다. 매우 가파른 길을 300m 정도 내려서니 용굴이 거대한 입을 쩍 벌리고 있다. 용궐산에서 태어난 새끼 용들이 살았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굴 깊이는 5~6m쯤 된다. 좀 더 내려서면 날머리 직전에 용이 두 쪽으로 깨고 나왔다는 ‘용알바위’가 있다.

용이 깨고 나온 듯 두 쪽으로 갈라져 있는 용알바위.

이곳에서 장군목(장구목)이 지척이다. 섬진강 바닥엔 거센 물살이 다듬어 놓은 기묘한 바위들 사이에 ‘요강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높이 2m, 폭 3m, 무게 15t에 이른다고 한다.

바위 가운데 구멍에 술을 부어놓고 마셨다는 구준암.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면 새로 지은 정자 육로정과 함께 ‘종호(鍾湖)’라는 글씨가 새겨진 큰 석벽이 나온다. 학식은 높지만 벼슬에 뜻이 없던 양운거(1613~1672)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이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종호 주위에 9점의 바위글씨가 남아있는데 ‘아홉 개의 술동이’를 뜻하는 ‘구준암(九樽巖)’이 새겨진 강 가운데 바위가 인상적이다. 강 한가운데라 술 주전자를 자주 보충할 수 없으니 바위 큰 구멍에 술을 부어놓고 마셨다고 한다.

여행메모
입장료 4000원의 절반 상품권 환급
한옥 게스트하우스·순창고추장빵…

용궐산 등산 코스는 3가지다. 하늘길 코스는 매표소→하늘길→비룡정을 왕복하는 것으로 3.2㎞에 2시간 소요된다. 용궐산 코스는 매표소→하늘길→비룡정→된목→정상→삼형제바위→임도사거리→내룡마을→요강마을 종주길로 6.1㎞ 거리에 약 4시간 걸린다. 용굴 코스는 매표소→하늘길→비룡정→된목→정상→된목→용굴→용알바위→귀룡정까지 간다. 5.7㎞에 3시간가량 소요된다.

용궐산 하늘길 운영시간은 3~11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2~2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입장료는 4000원이다. 대신 순창군 내 음식점이나 카페, 농산물 장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2000원짜리 ‘순창사랑상품권’을 준다. 주차장은 무료다. 캠핑 취사 등은 금지돼 있다. 용궐산 바로 아래 자연휴양림이 있다. 편의와 체험을 위한 산림휴양관과 숲속 야영장 등을 갖췄다.

장군목유원지 쪽에 펜션과 식당 등이 몇몇 있다. 매운탕과 토종백숙 등을 낸다. 휴양림 맞은편 섬진강 건너에 휴양숙박단지·오토캠핑장이 있다. 펜션과 캠핑 사이트가 잘 돼 있다. 순창읍에서는 여관을 리모델링한 한옥 게스트하우스와 순창고추장빵 빵집, 순대거리 등이 인기다.





순창=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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