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번식장’ 실상은 거대한 강아지 감옥이었다 [개st하우스]

400마리 허가, 1400여마리 불법 사육
불법 약물로 연 2~3회 출산 유도
구조된 번식견들 새 가족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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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들이 구조를 위해 지난 9월 국내 최대의 합법 번식장에 도착했을 때 모습. 좁은 칸마다 개들이 8~10마리씩 모여있었고, 상당수는 갈빗대가 보일 정도로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다. 동물단체 위액트 제공

“국내 최대의 합법 번식장에서 잔인한 동물 학대가 벌어지고 있다는 내부고발이 접수됐습니다. 작고 귀여운 품종견 새끼를 빨리 빼내려고 문구용 커터칼로 어미 개의 배를 가르고, 사체는 뒷산에 파묻는다고 했습니다. 실제 현장 냉동고에서는 얼어붙은 모견과 새끼 100여구의 사체를 말아놓은 신문지 뭉치 수십 개가 발견됐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김현지 정책실장

지난 8월 31일 동물단체 카라와 라이프에 제보 메일이 동시에 도착했습니다. 메일에는 국내 1위 몰티즈 생산지로 유명한 경기도 화성의 번식장 ‘어워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물 학대 실태가 상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제보에 따르면 번식업자들은 불법 약물을 주사해 모견에게 1년 2~3차례씩 출산을 강제한다고 했습니다. 또 임신한 모견이 저혈당 증세를 보이거나 죽으면 그 자리에서 배를 갈라 새끼만 빼낸 뒤 사체는 뒷산에 파묻는다고도 했습니다.

제보자가 추정한 번식견 숫자는 대략 800마리. 하지만 개들이 건물 5개 동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아서 업자조차 정확한 숫자를 모른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실제 규모는 훨씬 거대했죠. 물론 800마리도 동물단체 한두 곳이 감당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니었습니다. 힘을 모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합동 구조를 요청하는 메시지가 경기도청과 전국의 동물단체에 전파됩니다.

이튿날 번식장 앞에 동물단체 카라, 위액트, KDS 등 20개 동물단체 연합이 모였습니다. 번식업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진입을 막으며 저항했죠. 하지만 곧 도착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시설 점검을 강행하면서 결국 국내 최대 규모 합법 번식장의 끔찍한 민낯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냉동실 열자 배 가른 모견들이

동물단체 측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냉동고였습니다. 내부고발 문건에서 지적한 학대의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냉동고 안에는 수십 개의 신문지 뭉치에 싸인 모견과 새끼 100여구의 사체가 있었습니다. 모견들의 복부에는 제왕절개로 추정되는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카라 김현지 팀장은 “모견 상당수는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어있었다”며 “업자들은 병약한 모견의 배를 문구용 커터칼로 갈라 새끼를 꺼냈고 사체는 냉동고에 모았다가 뒷산에 유기했다며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고 설명합니다.

수의사 외에는 취급할 수 없는 불법 약물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심장을 멎게 해 고통스러운 죽음을 유발하는 약물 ‘석시팜’, 새끼를 끊임없이 낳도록 강제하는 발정제와 자궁수축제(옥시토신) 등입니다. 현행법은 어미 개의 출산 간격을 10개월로 제한하지만 이 번식장은 불법 약물을 이용해 연간 2~3회씩 출산을 유도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구체적인 동물 학대 정황을 확인한 지자체와 동물단체 측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번식업자로부터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고 번식견들을 모두 구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해당 번식장은 허가받을 당시 1개 건물에서 400마리를 기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업자들은 몰래 가건물 4개를 더 짓고 번식견을 채워 넣었습니다. 동물단체가 파악한 결과, 사육이 허가된 두수(400마리)의 3배가 넘는 1426마리가 현장에서 발견됐습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규모였습니다.

번식장은 마치 거대한 강아지 감옥 같았습니다. 활동가들이 문을 열자 번식장 특유의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와 함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방바닥은 빼곡하게 40여개의 칸으로 나뉘어 있었고, 반 평도 채 안 되는 좁은 칸마다 개들이 8~10마리씩 들어차 있었습니다.

번식업자들은 조금이라도 많은 개를 집어넣기 위해 사람이 지나다닐 통로조차 만들지 않았습니다. 개들에게 다가가려면 성인 허벅지 높이의 칸막이를 넘나들어야 하는데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청소는 고사하고 사료 급여라도 제대로 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상당수는 갈빗대가 보일 만큼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고, 배설물에 얼굴 털이 오염돼 안구가 손상된 번식견도 있었습니다. 구조에 참여한 위액트 함형선 대표는 “수백 마리의 개가 일제히 뜀박질하는 모습에 눈앞이 어지러웠다”며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전합니다.

구조는 4일간 밤낮없이 이어졌습니다. 동물단체도, 지자체도 수용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일부 동물단체는 직원 사무실과 주차장까지 개조해 구조견 쉼터를 만들었습니다. 지자체 역시 구조 일손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김동연 경기도지사까지 나서서 직접 번식견들을 들고 날랐습니다. 그렇게 1400여마리 중 800여 마리는 동물단체 20곳이 자체 보호소에 데려가고, 남은 600여 마리는 경기도가 준비한 국내 최대의 반려동물테마파크 ‘반려마루’에 수용됐습니다.

구조 후 1400마리 번식견의 운명은

극적인 구조 이후 1400마리의 번식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국민일보는 1개월에 걸쳐 구조된 번식견들이 입소한 동물단체 및 경기도 보호소를 차례로 방문했고, 비록 전부는 아니지만 1000여마리의 근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8일 개st하우스 팀은 경기도 여주의 반려마루를 방문했습니다. 반려마루는 경기도가 이달 개장한 유기동물보호소 겸 테마공원으로 번식견 580여 마리가 지내고 있습니다. 이날은 구조견 가운데 암컷 200여 마리가 마당에 모여 있었습니다. 경기도수의사회 소속 수의사 50명이 방문해 동물의료 봉사를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의료 봉사는 4개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대상견의 체중에 따라 마취약을 주사하고 ▲수술실로 옮겨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예방주사를 놓고 ▲회복실로 옮겨 수술 경과를 지켜봅니다. 현장을 총괄하는 경기도수의사회 이성식 회장은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순서로 이뤄진다”라며 “오늘 목표는 200마리”라고 설명했습니다.

번식견 이동을 도울 봉사자들도 도착했습니다. 화성번식장 구조에 참여했던 동물단체 코리안독스, 위액트 등 소속 활동가와 펫푸드기업 내추럴발란스의 봉사모임인 블루엔젤봉사단 20여명입니다. 윤성창 블루엔젤 봉사단장은 “봉사단은 수년간 동물의료 현장에 참여해 시술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원활한 진행을 도울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개들은 봉사자들 품에 안겨 마리당 20~30분 만에 중성화 수술과 예방접종을 마치고 회복실로 옮겨졌습니다. 다행히 200마리 모두 시술을 마치고 마취에서 깨어났습니다. 반려마루 박현종 센터장은 “600마리 가까운 번식견을 자체적으로 치료하려면 3개월 넘게 소요된다. 봉사 덕분에 번식견들의 입양길이 빨리 열리게 됐다”며 기뻐했습니다. 중성화 수술과 예방접종이 이뤄져야 입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6일에는 동물단체 카라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 ‘더봄 입양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에는 화성 번식견 50마리가 지내고 있습니다. 더봄센터는 자체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어 입양에 앞서 스케일링, 슬개골 수술까지 제공할 수 있습니다. 카라 동물복지팀 정예진 활동가는 “구조된 개들이 사회성이 좋은데다 금세 배변패드 사용법도 익히는 등 입양준비가 순조롭다”면서 “입양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화성 번식견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일손이 부족한 동물단체로서는 돌봄에 품이 많이 드는 퍼피 입양을 서둘러야 합니다. 지난 4일 취재진은 동물단체 KDS의 위탁보호처인 경기도 용인의 애견호텔 ‘강냥이와친구들’을 방문했습니다. 애견호텔 측은 번식장 모견과 생후 2개월 남짓한 퍼피 9마리를 정성껏 돌보고 있었습니다. 호텔 측은 “퍼피들은 귀여워서 입양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돌봄에 능숙하고 책임감이 강한 보호자를 선별해서 보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현재는 치와와 모견과 2개월 퍼피가 가족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고작 영업정지 수십 일?…화성 번식장 처분 둘러싼 논란

문제의 화성 번식장 처분을 두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화성시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해당 번식장을 일정 기간 영업정지 처분할 방침이지만 동물단체들은 번식장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번식장에는 불법 증거가 넘쳐났습니다. 생후 1개월이 갓 지난 강아지를 판매 가능한 2개월령으로 위조한 서류, 배가 갈린 채 죽은 모견의 사체, 영양실조 상태에 내몰린 번식견 등입니다. 카라 김현지 실장은 “허가 번식장의 이면에서 동물학대와 불법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번식장조차 퇴출시킬 수 없다면 제2, 제3의 사례가 등장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13조에 따르면 동물학대를 저지른 업장은 즉시 영업 취소에 처하며, 그 외 허가받은 내용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한 경우는 위반 횟수와 내용에 따라 영업정지 7~90일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화성시는 동물학대 정황이 분명한 화성 사업장에 22일 이상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러난 불법의 규모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합니다. 화성시 관계자는 “현행법에는 번식장을 규율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한 만큼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해당 번식장 문제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소환됐습니다. 지난 11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400마리로 등록한 뒤 1400마리까지 불법 사육하며 동물보호법, 수의사법을 위반한 화성 '어워크' 번식장의 심각성을 강조했고,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화성 사례의 심각성을 인정했습니다.

한편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화성의 번식업자 유모씨는 조사관이 자택까지 찾아가 강제 동행을 진행했지만 끝내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죽음의 번식장에서 시민의 품으로…치와와 가족이 입양을 기다립니다
-치와와 2살 모견과 2개월령 퍼피(암컷) (개별입양 가능하나, 동시 입양 우선)
-매우 건강하며 예방접종 및 중성화 예정 (동물구조단체 코리안 독스에서 지원)
-입양시 경기도 용인 보호소(레인보우쉼터) 1회 방문봉사 및 입양견 중성화 필수
-아래 입양신청서 작성시 ‘개st하우스에 출연한 치와와 입양을 희망한다’고 적어주세요

■입양신청서 링크 https://buly.kr/BIROYRR

■치와와 가족은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20, 121번째 견공입니다 ((97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구조에 참여한 동물단체 명단을 공개합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라이프, 유엄빠, 위액트, 코리안독스, 케이케이나인레스큐, 너와함개냥, 다솜, 도로시지켜줄개, 리버스, 비마이독, 유행사, 어독스, 엔젤프로젝트, 포벤저스, 함께걸을개, 함께할개사랑할개, 행복한유기견세상, CRK, LCKD, Soby2017, TBT레스큐


이성훈 전병준 최수진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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