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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욱의 슬기로운 금융] 돈벌이 수단 된 주택… 부동산정책이 헤매고 있다


정부, 무주택자 등 세제·금융 혜택
집값 급등락 따라 조령모개식 대처
구매자들에 부동산 불패신화 심어
‘불로소득’ 경험… 각종 부작용 양산
美 금리 등 큰 영향… 투자 신중해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 문제의 근저에는 집값이 있다. 이리하면 부동산가격이 오를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얘기다. 집값은 행정구역 외에 교통이나 교육 여건에도 좌우된다. 더구나 부동산은 주식처럼 자산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 시중 유동성과 같은 경제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에서는 집값이 오르기 힘들다. 오히려 주식 공매도 금지 조치처럼 금방 효과를 잃어버리고 불안감만 높아지는 부작용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아마 이번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은데, 사람 놀리기엔 부동산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성과는 있었다. 다시 말해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주택, 필수재에서 투자 대상 변모

연합뉴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국가는 국민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해주려고 했다. 이를 위한 핵심은 역시 집과 먹거리다. 따라서 정부가 무주택자나 처음 집을 사는 사람에게 각종 세금혜택과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불로소득을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상당한 부작용이 잉태됐다는 점은 유의할 일이다.

정부 덕택에 그저 집 한 채 보유하고 있었을 뿐인데 부자가 됐다. 더구나 도시화 속도가 경제성장률보다 빨라서 집값이 소득보다 더 높게 상승했고, 결국 주택 구입은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 돼버렸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서 사람들은 집을 주거공간이 아닌 투자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나와 내 가족에게 꼭 맞는 집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좋아할 것 같은 집을 찾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욕망하는 집일수록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은퇴자가 역세권 아파트를 구매하고, 자녀가 졸업했지만 교육 환경이 최상인 입지로 이사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됐다.

집값 결정의 핵심은 금리


이제 주택은 어엿한 투자대상이 됐는데, 이를 무시하고 정책을 펼친다면 성과가 나기 어렵다. 실례로 지난 정권에서는 세금을 부동산 정책으로 활용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는데도 집값이 폭등하는 이유는 투기적 수요 때문이라고 판단한 전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거칠게 올렸다. 덕분에 3가구 이상 주택 보유자는 줄었으나(2019년 49만명→2021년 47만명), 정작 잡고 싶었던 집값은 더 올랐다. 시중 유동성이 집값 상승의 요체였기 때문이다. 집값이 너무 올라 대출을 받지 않고는 주택을 살 수 없었는데, 그 대출금은 이자율에 의해 좌우된다. 지난 정부 내내 경기진작을 위해 금리는 낮게 유지됐고, 싼 이자로 대출을 받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는 ‘갭투자’가 가능해졌다. 이렇게 집값이 오르자 꾼이 아닌 일반인도 주택 투자에 뛰어들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을 해서라도 대출을 받았고, 그렇게 집을 샀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코로나 직후 금리가 솟구치더니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무리하게 대출받은 순으로 집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집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거래량이 뚝 떨어져 버렸다. 결국 영끌 투자자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는데,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경매건수(238건)가 7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 그 증거다. 이들은 물론이고 많은 투자자는 어서 빨리 금리가 떨어지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금리는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고 있다.

임기응변식 부동산 정책은 위험하다

이렇게 집값이 급락할 징조를 보이자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는데, 임시변통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를 우려하면서도 금융기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더니 급기야 특례보금자리대출과 같은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다. 덕분에 급락하던 집값이 올해 하반기에 반등했는데, 정작 집값이 오르자 이 조치를 거둬들였다. 다시 주택가격이 급등하지 않을까 하는 대중의 우려를 의식한 듯한데, 사람들은 앞으로 집값이 급락하면 정부가 또 개입할 것을 믿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조령모개식 정책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강화시켜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만드는 등 갖가지 부작용을 양산한다. 지금 시기를 저울질하며 부동산 시장을 주시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자칫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까지 정부가 집값을 떠받쳐줬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것이 가능하리란 보장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는 금리가 집값 결정의 결정적 요소가 됐고, 그 금리는 정부나 한국은행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향후 집값이 오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아는 사람들은 우리 금리의 진정한 결정권자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라는 것을 다 안다. 그는 열흘 전 인플레이션 목표(2%)를 달성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했는데, 이는 조만간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안정되고(CPI 9월 3.7%→10월 3.2%) 고용 상황도 악화되는(실업률 9월 3.7%→10월 3.9%) 모습이어서 금리가 변곡점을 맞았다고 보는 견해가 늘고 있다. 사실 이런 희망 섞인 기대는 여러 차례 등장했으나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도 그것이 우리 부동산 투자에 꼭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 연준은 심각한 경기침체가 닥칠 때 비로소 금리 인하를 단행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즉 금리 인하는 본격적인 경기침체와 동의어다. 미국의 경기가 급락하는데 우리만 독야청청할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경기가 부진해진다면 부동산 투자는 금물이다. 금리가 내려가도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상황이 도래하면 정부는 또 새로운 주택금융상품을 들고나올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부동산 투자의 여건이 개선된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경기침체가 또 얼마나 이어질지 예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LUX경제그룹대표·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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