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픽… “자꾸 기절하는 아이, 원인 질환 찾는 게 중요”

[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청소년 실신

나재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나재윤 한양대병원 교수가 갑자기 실신해 입원한 아이를 진찰하고 있다. 나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보호자에게 이런 사실을 숨기거나 자세히 말하지 않기 때문에 실신이나 실신 전 증상이 있더라도 부모가 모른채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한국 10대들의 학습량과 학습 시간은 세계적으로도 많기로 유명하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편식과 식사량 부족에 시달리고 스마트폰 사용량도 많다. 이런 청소년 중에 가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면서 기절하거나 쓰러지는 경우를 학교 현장이나 가정에서 쉽게 접한다. 국내 통계에 의하면 해마다 응급실을 찾는 100명의 환자 중 1명은 실신 때문이다. 노년층도 있지만 주로 15~18세에 많고 20세 초반까지도 실신이 잘 발생한다.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에게 더 많으며 30%에 이르는 실신 환자들이 골절이나 베임, 출혈 등 외상을 입는다.

나재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0일 “진료 보는 10대 환자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가 실신 때문에 올 정도로 사례는 드물지 않다”면서 “특히 쓰러질 땐 재빨리 쭈그려 앉거나 드러눕도록 해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실신 치료 전문가인 나 교수에게 해당 질환에 대해 들어봤다.

-왜 생기나.

“혈압이 떨어지며 머리 쪽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면서 발생한다. 대개 수 초에서 길어야 1분을 넘지 않아 의식이 회복될 때 실신으로 진단된다. 흔히 ‘기절’이라고도 한다. 물론 쓰러지며 손을 부들부들 떠는 ‘경련성 실신’이나 실신 합병증·기저질환이 있다면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자주 발생하는 연령층은.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 가능하나 주로 청소년과 노년층에서 빈도가 높다. 운동을 잘 안 하고 스마트폰을 많이 보는 청소년들이 주로 아침에 실신해 많이 찾아온다. 여학생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운동 부족 등 생활 습관과 관련 있다. 금방 정신이 드니까 부모한테 얘기 하지 않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재실신해 오기도 한다. 실신 경험자 3명 중 1명은 다시 발생한다.”

-청소년에게 많은 이유는.

“청소년과 젊은 성인의 실신은 심장을 뛰게 하는 신경과 관련 있는 ‘반사성 실신(미주신경성 실신)’이 대부분이다. 자율신경계의 부적절한 반사 작용으로 수축해야 할 혈관이 오히려 확장되거나 느린 맥박 혹은 일시적 심정지 등이 유발돼 발생한다.”

나 교수는 “움직이지 않은 채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서 있거나 앉아있는 경우, 북적이는 지하철·마트 등에 있는 경우, 더운 물로 목욕을 오래 하는 경우, 화장실에 오래 머무는 경우, 검사 등으로 피를 본 경우, 무섭거나 끔찍한 광경을 본 경우 등의 상황에서 잘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주의할 원인 질환은.


“심장과 관련된 ‘심인성 실신’의 빈도는 높지 않지만, 유전성 부정맥이나 선천성 심기형(비후성 심근증·관상동맥 기형) 등을 자칫 지나쳤다가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질환이 실신의 형태로 나타날 경우 심하면 ‘급사’할 수 있다. 독감·장염 등으로 인한 발열, 설사, 탈수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 실신’도 많다. 기저 혈압이 낮거나 생리 등으로 인한 빈혈의 위험인자가 있는 여학생은 반복적으로 실신하기도 한다.”

-증상은.

“대부분 실신 전에 전조 증상이 있다.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온몸에 힘이 빠지고 귀가 먹먹해진 후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하얗게 변하면서 의식을 잃는다. 대개 쓰러진 상황 자체는 기억하지 못한다. 의식 소실 시간은 수 초에서 수 분 내로 길지 않고 쉬면서 자연 회복된다.”

-위험한 순간은.

“쓰러지면서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무의식중에 주변 사물을 잡고 넘어지면서 깔리는 등 외상과 상처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살짝 찢어지거나 상처가 나는 정도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책상 모서리같이 날카로운 부분에 깊이 베어 꿰맬 정도의 상처가 나거나 딱딱한 바닥에 머리부터 쓰러지는 경우 뇌출혈, 뇌진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진단·치료는.

“실신의 진단에 가장 중요한 점은 자세한 병력 청취다. 부모도 모르게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심장과 신경 계통 문제는 없었는지, 급사 혹은 부정맥, 경련 등의 가족력이 있는지, 실신 전 증상은 어땠는지,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 회복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등을 자세히 파악하고 원인에 따른 치료를 해야 한다.”

나 교수는 “진료실로 오는 많은 아이들이 실신 전에 보건실 등으로 이동하다가 쓰러지는데, 전조 증상이 있을 땐 일단 바로 안전한 자세를 취하고 조금 안정된 상태에서 장소를 옮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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