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고혈압·당뇨환자도 스마트폰 앱 건강 관리… “만족도 굿”

[디지털 헬스케어, 공공이 이끈다Ⅱ] <상>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의 진화

부산 사하구 보건소 통합건강증진센터 소속 전문 영양사가 지난 15일 40대 후반 고혈압 환자의 영양 상담을 하고 있다. 이 환자는 6개월간 모바일로 건강관리를 받고 최종 검진을 위해 이날 보건소를 찾았다.

'채움건강' 앱 통해 건강생활 관리
세끼 식단 운동 실천 기록 남기면
영양사·운동 처방사 피드백 받아

전국 보건소 9곳서 실증 연구
4~12월 520여명 대상 서비스

보건소의 모바일 헬스케어가 진화하고 있다. 예방 차원에서 주로 건강하거나 혹은 위험요인을 가진 지역주민 위주로 진행돼 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활용 건강관리 서비스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로 대상을 넓히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전국 9개 보건소에서 처음 시도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실증 연구' 현장 취재를 통해 공공형 디지털헬스케어의 가능성을 2회에 걸쳐 타진해 본다.

지난 15일 오후 찾아간 부산 사하구 보건소 통합건강증진센터. 40대 후반의 고혈압 환자 A씨가 예정된 시각에 자신의 달라진 건강 지표를 최종 점검받기 위해 들렀다. 그는 지난 6개월여간 스마트폰 앱(채움 건강)을 통해 보건소로부터 비대면으로 건강생활 실천 지원 서비스를 받아왔고 이날 마지막 ‘성적표’를 받으러 온 것이다.

A씨는 운동처방사의 안내에 따라 식생활습관을 묻는 설문지를 작성하고 체중과 허리둘레·혈당 측정, 인바디 검사를 했다. 혈압은 보건소 제공 혈압계로 매일 측정한 값이 스마트폰 앱에 자동 연계돼 보건소에서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측정된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케어코디네이터(간호사·영양사)와 운동처방사의 상담이 20여분간 이어졌다. A씨는 상담 후 “결국 술을 끊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부산 사하구 등 전국 9개 보건소에서 모바일 건강관리를 받아온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이 지난달부터 최종 방문 검진 및 상담을 받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검진·상담은 다음 달 초까지 계속된다.


이처럼 ICT 기반 보건소 만성질환 관리 실증 연구는 지역사회 공공형 만성질환 관리의 추진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계명대 의대 연구팀(책임자 이중정 교수)이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연구 기간은 4월부터 12월까지다.

건강증진개발원은 2016년부터 질병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비질환군)과 건강군 대상으로 보건소 모바일헬스케어 서비스(일명 ‘내 손안의 보건소’ 사업)를 8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9만여명이 등록돼 관리받았다. 올해 현재 전국 보건소 260곳 중 202곳이 참여 중이다.

다년간의 모바일 헬스케어 경험과 여기서 축적된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상을 만성질환자까지 넓혀 서비스의 확장성·효율성 지속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초고령 사회를 앞둔 시점에 만성질환자의 급증과 의료비 증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와 지방정부의 협력을 통한 관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고혈압, 당뇨병 등은 평생 적정 관리(조절·치료)를 통해 합병증 발생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손목시계형 활동량계와 스마트폰 앱 '채움 건강'.

이번 실증 연구에는 부산 사하·서·남· 수영구, 대구 북·서·수성구, 경기도 일산동구, 전남 담양군 보건소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지역 내 고혈압, 당뇨 환자 총 522명(복합질환군 포함)이 초기 등록했다. 이들은 등록 시 건강검진, 의사 상담, 영양·운동 상담을 받은 뒤 건강 목표를 정했다. 이후 24주간(12주 때 중간 방문 검진) ‘채움 건강’ 앱을 통해 건강생활실천 관리를 받는다. 혈압계와 혈당기, 손목시계형 활동량계(심박수, 걸음수 등 측정)를 받아 매일 스스로 측정하면 수치가 앱에 자동 연계된다. 수기로 올려도 보건소에서 모니터링된다. 또 하루 세끼 식단과 운동 실천 기록을 남기면 전문 영양사 운동처방사의 피드백을 수시로 받을 수 있다. 처방 약 복용 시간도 앱으로 ‘알람’해 준다.

10년간 고혈압을 앓아 온 김혜진(55·여)씨는 자녀 권유로 부산 사하구 보건소에 모바일헬스케어 서비스를 신청했고 혈압 관리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간 동네 의원에서 2개월마다 혈압약을 꼬박꼬박 처방받아 왔지만, 그 외 혈압 관리를 위해 평소 지켜야 할 생활습관에 대한 교육이나 상담은 거의 받지 못했다.

이씨는 “보건소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이런 아쉬운 것들을 채워주고 특히 평소 내가 먹는 것이나 운동에 대해 한 달에 한 번씩 집중 상담을 해 줘 너무 좋다. 국물 같은 탄수화물 위주 식사 습관을 고치는 계기가 됐다”며 만족해 했다.

이씨는 초기 등록 때 중성지방과 허리둘레, 혈당 등 3가지 건강위험 요인이 포착됐으나 3개월 뒤 중간 검진에서 허리둘레만 빼고 모두 개선됐다. 혈압도 정상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씨는 “가깝고 믿을 수 있는 보건소의 건강 관리를 받으면서 자기 점검의 기회가 되고 건강생활 수칙을 잘 지키면 포인트가 쌓여 작은 선물을 주기도 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사하구는 처음 100명(고혈압 55명, 당뇨병 25명, 복합질환 20명)이 등록해 근무지 변경 이유로 중도 탈락한 1명을 빼곤 모두 지속 참여 중이다. 참여자의 70%가 30~50대다.

박승아 사하구 보건소장은 “이곳은 조선, 기자재 등 산업 중심 지역이라 젊거나 중년의 직장인이 많은데, 대부분 바빠서 혹은 업무 등 이유로 운동이나 식생활 관리 등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에게 보건소가 모바일로 건강생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자극제가 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하구가 3개월 서비스 제공 후 지난 8~9월 중간 검진을 받은 81명을 분석한 결과 혈압과 혈당, 허리둘레, 중성지방 개선율은 각각 20.3%, 11.6%, 22.7%, 35.1%로 나타났다. 다만 고밀도콜레스테롤(HDL) 지표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보건소 담당자는 “운동이나 식습관 관리를 충분히 못 했거나, 검체 상태 혹은 채혈 과정 등 검사의 적정성 문제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밖에도 분석 결과 건강위험 요인을 5개 갖고 있던 사람은 11명에서 4명으로, 2개 가진 사람은 23명에서 19명으로 감소하는 등 짧은 기간에도 개선 효과가 뚜렷했다.

박 소장은 “건강군이나 건강 위험군은 모바일 헬스케어를 통해 시간·장소 제약 없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받아 만성질환으로 넘어가는 걸 막을 수 있고, 고혈압·당뇨병을 이미 진단받은 환자들은 무서운 합병증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소리 없는 삶의 질 개선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또 “코로나19 등 대형 전염병 위기 상황에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부산=글·사진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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