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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시급하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을 향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인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불리한 우리나라의 보급 여건, 전력 계통 안정성 확보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부문 탈탄소화를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따라서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 CCS 등 가용한 무탄소 전원을 총체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그러한 ‘무탄소 전력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원자력이 중요한 몫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여건상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을 적절히 반영한 전원믹스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선 원전을 둘러싼 다양한 현안들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현안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와 처분시설 확보 방안’ 마련이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에는 사용후핵연료가 부지 내에 습식 또는 건식으로 저장 및 관리되고 있다. 이는 사용후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과 방사선이 처분 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지도록 관리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부지 내에서 임시 저장·관리되고 있는 방사성폐기물을 영구적으로 관리·처분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현재 국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심사 중이다. 하지만 몇 가지 이견으로 법안 통과가 요원해지는 분위기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간 힘들여 논의한 내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22대 국회에 법안을 다시 상정하고 논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원전 부지 내에서 관리되는 사용후핵연료로 인한 정신적, 심리적 부담은 온전히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이 지게 될 것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법 제도가 마련되지 못하면 원전의 안정적 운영을 전제로 수립된 전력수급 계획 이행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현재 부지 내 저장 시설은 충분하지 않아서 원전의 운영 허가 종료 이전에 포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지 내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가 되면 원전 가동이 사실상 어렵게 된다. 이 경우 발전비용 상승과 전력공급 부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전 부지 내 저장 시설에서 관리되고 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은 원전 또는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에너지 정책 방향을 선택하는 차원을 넘어선 당위의 문제다.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법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 세대가 짊어져야 할 책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관련 세부 사안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해선 추후 논의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고 대승적 차원에서 초당적 합의와 법안 통과가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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