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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돈 문제… 얼마나 추한지 보여주고 싶었다”

80세 조정래 장편 ‘황금종이’ 출간
“세상이 엉망… 지식인 99% 책임
하루 15매, 20매 빠르게 완성
등단 60년에 마지막 작품 소망”

조정래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황금종이’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신작 소개를 하고 있다. 조 작가는 “돈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 함께 생각해보는 마당을 만들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가 팔십 세에 새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돈을 뜻하는 ‘황금종이’를 제목으로 내건 두 권짜리 소설로 2019년 ‘천년의 질문’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조정래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물욕이야말로 인간의 실체를 밝히는 열쇠라고 생각했다”면서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추하고 문제가 많으냐 함께 생각해보는 마당으로 만들고 싶었다. 또 내 속에 들어있는 욕심의 악마가 얼마나 큰가 독자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설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갖가지 돈 문제들이 나온다. 어머니 몫의 유산마저 빼앗으려 소송을 건 딸, 유산이 줄어들까봐 아버지의 만혼을 저지하는 자식들, 월세를 네 배나 올려달라는 새 건물주를 폭행해 체포된 식당 주인, 도박과 가상화폐 투자에 빠진 남자들, 취업에 연이어 실패한 후 노 회장의 수발을 들기로 한 20대 여성, 남편을 잃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중년 여성….

돈에 눈 먼 사람들이 벌이는 부조리극 속에 작가는 정의로운 변호사 이태하와 농부 한지섭을 배치했다. 둘 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사회 변화를 꿈꾸던 첫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희귀한 인물들이다. 조정래는 “지금 이 세상이 엉망이 되고 있는 건 지식인들에게 99% 책임이 있다”면서 “지식인들일수록 이태하나 한지섭처럼 살아야 한다, 그런 꿈을 가지고 만들어낸 인물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소설은 마지막에서 이태하 변호사를 어려운 질문 속에 던져놓는다. 그는 자녀의 유학비를 마련할 수 있는 성공보수 10억원짜리 사건을 수임할지 고민에 빠진다. 조정래는 “부모로서의 책무는 자식들 공부를 시켜야 하는 것인데, 사건을 맡으면 한 개인의 치부를 돕는 일이 된다”며 “그 사건을 맡을 것인가 안 맡을 것인가? 이태하의 고민은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조정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설을 빠르게 완성했다고 말했다. “늙어서 예전처럼 못쓰니까 하루 5매씩만 쓰자고 했는데, 쓰다 보니까 가속도가 붙어서 15매, 20매를 쓰게 됐다. 그래서 예전보다 3개월이나 빠르게 끝냈다. 40대, 50대 때의 (글 쓰는) 속도감이 거의 줄지 않았더라.”

다음 작품은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될 수 있다. 조정래는 “2030년 등단 60주년에 마지막 작품을 내면서 폐문식을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면서 “마지막 소설은 우리 영혼의 문제와 내세를 다룰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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