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미뤄진 공시가 현실화율 개편… 혼란 불가피

로드맵 실현 경우 집값 낮아질 때
공시가격은 높아지는 역전 현상
정부 ‘근본적 재검토’ 방향만 제시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수도권 모습. 국민일보DB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공시가격 현실화율 개편을 한 차례 더 미뤘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부동산 공시가격에 시세를 얼마나 반영할지 결정하는 비율이다. 정부는 기존 로드맵을 유지하되 현실화율을 조정할지, 로드맵 자체를 폐기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근본적 재검토’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당장 내년 공시가격 발표를 앞두고 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일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관련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 방안’을 발표했다. 송 부연구위원은 “현행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체계 내에서 부분적 개선만으로는 현실화 계획의 구조적 문제와 추진 여건상 한계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공시지가 현실화 계획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연은 2020년 발표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실현될 경우 부동산 시세는 낮아지는데 공시가격은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기존 현실화 계획에 따른 현실화율을 적용하면 아파트의 6.92%, 단독주택의 14.17%가 시세(2023년 기준)는 하락하지만 공시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세금은 더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지난해 11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 중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선 구체적 방안 대신 ‘원점 재검토’라는 방향만 제시돼 향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외에도 건강보험료 등 60개 제도에 직간접적으로 활용된다.


이날 토론에 참석했던 전문가들도 조세연의 모호한 대안 제시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강춘남 태평양 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는 “정책 추구목적 효율성 달성을 위해서도, 국민들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로드맵이 꼭 필요하다”며 “업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도 “부동산 공시가격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며 “가격은 가격대로 발표하고 세 부담의 높고 낮음은 국회에서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현실화율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로드맵 수정안 발표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조세연은 내년 초까지 관련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유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조세연 발표를 토대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폐지를 포함해 모두 열어놓고 내부적으로 추가 검토해서 관련 절차를 밟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공청회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발표할 계획이다.

세종=권민지 기자, 김혜지 기자 10000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